[성균중국의 窓] 中 '양성평등'의 냉정한 현실과 진정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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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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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陳晨) 성균중국연구소 책임연구원(사회학 박사)]


천천(陳晨) 성균중국연구소 책임연구원(사회학 박사)

한국인 지인들과 중국여성의 이미지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기가 세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이것은 아마도 근대 중국 여성해방운동의 커다란 영향을 받고 여성이 비교적 활발한 사회생활 참여와 높은 경제 독립성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의 도시 부부는 자녀 유무와 상관없이 맞벌이로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가사노동도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된다. 남자가 재래시장에서 장보기부터 주방에서 요리하고 밥상을 차리는 것까지 혼자서 도맡아 하는 풍경도 너무나 평범한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인 남편은 요리도 하고 가사도 많이 한다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가사노동 분담은 가족연구 중에 양성평등을 평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중국과 한국 모두 일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어 하는 워킹맘은 언제나 기진맥진한 모습이다.

결국 일과 가정 간에 안정적이고 절대적인 밸런스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일과 가정 둘 중에 한쪽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사회는 워킹맘에게 일과 가정 양립의 당위성을 주입하고 있다. 성공한 워킹맘은 일과 가정에 둘 다 충실했을 때를 말하고, 가정생활에 소홀했을 때는 ‘실격(失格)’이라고 본다.

중국 기센 여성 이미지에 숨어 있는 고충과 중국 가정 내에 남성 역할 결핍이 냉정한 현실인 것이다.

가정 경제적 부담감, 사회생활 이탈로 인한 심리적 불안, 개인 직업 성취 등의 이유로 중국 기혼 여성은 높은 경제활동 참여율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아내가 집에서 나가 사회생활에 참여하는 만큼 남편은 집으로 돌아와 가정생활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요리를 하는 것은 취미에 더 가깝고 가사노동은 분담하는 것보다 아내를 도와주는 성격이 강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자녀가 없는 부부에게도 쉽지 않은 과제다. 어려움은 어머니만 직면하고 아버지가 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직장 다니는 엄마’만 시달리고 있는 것 같고 ‘직장 다니는 아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의 사회생활은 아내로서 또한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우선적으로 다한 다음에 추구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본다.

1980년대부터 시작한 중국의 계획생육정책은 역피라미드형 가정구조를 만들고, 2000년대 중반 이후 1세대 ‘독생자녀(獨生子女)’는 점차 샌드위치 세대로 진입하게 됐다.

미래에 노부모 4명과 1~2명의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도 있지만, 도시의 젊은 맞벌이 부부인 경우 다른 형제가 없기 때문에 실제로 아이를 돌보는 일이나 가사노동 등 일상에서 부모 세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

그 결과, 어머니 중심의 자녀교육은 조부모에게 옮겨졌다. 중국 1·2선 도시에서 ‘어머니 위주·조부모 보조·아버지 부재’의 가정교육 형태가 보편화되면서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 예능프로그램인 MBC ‘아빠! 어디가?’의 중국 버전은 같은 이름으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비슷한 방송은 중국에서 ‘엄마가 슈퍼우먼’이란 이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양성평등의 개념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남녀가 동등한 사회적 조건과 지위, 권리, 의무를 갖고 성별에 의한 법적·사회적 차별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정의는 남녀가 사회 각 분야에서 같은 위치, 기회, 의무를 균등히 누리고 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성별 간의 생리적·심리적·사회적 차이를 인식하고 인정하며 서로 존중한다는 전제하에 각각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진정한 양성평등을 의미한다.

가정 내에 가사노동을 누가 덜하고 더하는 것은 성차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일과 가정, 직장과 육아, 소소한 일상의 수없는 상황에서 성별 상관없이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갖는 게 양성평등의 본질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주관하는 ‘세계 성(性)격차 리포트(The Global Gender Gap Report)’는 경제활동 참여 및 기회, 교육정도, 건강과 생존력, 정치 참여 등 분야 기준으로 각국의 차별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

2016년 세계 성 격차 순위에서 중국은 전 세계 144개 국가 중의 99위에 그쳤다. 지난 10년 동안 36계단이나 하락한 순위다.

한국과 일본도 각각 116위와 111위로 10년 전의 순위보다 하락했다. 한·중·일 3국은 그동안 양성평등과 관련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세계적인 순으로 봤을 때 자랑할 만한 성과는 아니다. 적어도 한국과 중국, 동아시아 지역 안에서 양성평등을 비교하는 것은 마치 ‘도토리 키 재기’와 다름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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