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48년만에 모교 졸업연설…닉슨 빗대 트럼프 맹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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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7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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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 하야와 트럼프 '러 내통 의혹' 비교…졸업생들 환호
"권력자, 사실조작·현실통제 시도…자유사회 종말의 징조"
힐러리 클린턴 48년만에 모교 졸업식서 연설[https://youtu.be/Aqg4lLjW6s0]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우리는 과거 자신을 향한 수사를 하려는 법무부 수장을 해임한 뒤 사법방해로 탄핵을 받아 불명예스럽게 하야했던 대통령에 분노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자신의 모교인 웰즐리대 졸업식 연설에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을 언급하자 졸업생들 사이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1969년 3월 학생대표로 기성 정치권을 신랄하게 비판한 졸업연설로 전국적 명성을 얻었던 클린턴 전 장관이 48년 만에 원로 정치인이 돼 다시 모교 졸업식에서 연사로 나선 것이다.

당시 클린턴 전 장관은 1870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학생대표 연설을 했다. 그녀는 학교 당국과의 투쟁에서 이를 관철시켰고, 여성과 흑인 인권을 주제로 한 연설은 라이프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실제로 그녀의 이날 연설은 1973년 닉슨의 하야를 초래한 '토요일 밤의 대학살'을 거론한 것이다. 닉슨은 당시 워터게이트 수사 특검을 경질하고자 법무부 장관과 부장관을 해임해 탄핵 여론에 휩싸였다.

클린턴 전 장관이 연설에서 닉슨의 하야를 꺼낸 것은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연방수사국(FBI)의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가 백악관을 조여오자 제임스 코미 국장을 전격 경질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닉슨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녀는 "권력을 쥔 사람들이 사실을 조작하고 자신을 조사하려는 사람들을 공격한다"면서 "이는 자유로운 사회의 종말을 알리는 징조"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과장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독재정권들이 공공연하게 해왔던 것"이라며 "그들은 현실을 통제하려고 한다. 우리의 법과 권리, 예산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상과 신념도 통제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연설 말미에서 "내 마음 속에 늘 여러분과 함께 있다고 믿는다"면서 "자기 확신을 갖고 꾸준히 정진해 위대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파울라 존슨 웰즐리대 총장은 연사로 나선 클린턴 전 장관을 "우리의 유명한 동문이 미국에서 가장 높고 두꺼운 유리천장을 거의 깰 뻔했다"면서 "그녀는 일반 투표에서는 승리했다"고 소개했다.

학생 대표인 시리아 난민 출신 탈라 나샤와티는 졸업연설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대통령 낙선 승복 연설을 인용했다.

나샤와티는 "그대들은 꿈을 쫓고 이루기 위해 모든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소중하고 힘 있는 존재임을 잊지 말아 달라고 한 명연설에 그대들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으며 소중하고 유일무이하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고 밝혔다.

jongwoo@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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