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 “무조건 증세보다 ’국민개세‘ 원칙 확립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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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1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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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정근 건국대특임교수, 불황극복을 전제로 세율 기준 마련해야

  • 先복지‧後증세 필요…부득이하면 부가가치세 올리는 것 바람직

오정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증세에 집착하는 것보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의 '국민개세'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오정근 교수]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재원 확보를 위한 증세 범위를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당장 내년 세법개정안에 증세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수립될 예정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소요되는 재원의 경우, 증세를 통해 단계적으로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대선후보 시절 공약에 재원의 18%를 증세로 마련하겠다는 구상도 끝마쳤다.

그러나 무작정 증세를 밀어붙이기에는 사회적 공감대를 끌어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특히 저성장 기조에서 과도한 세금 압박은 기업과 서민경제를 더 끌어내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통령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를 보면 세법 개정을 통한 재원 조달액은 2018년 1조4000억원, 2019년 8조7000억원, 2020년 6조7000억원, 2021년 7조3000억원, 2022년 7조4000억원이다. 증세를 통해 5년간 31조50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결국 문재인 시대에서 증세는 불가피하다. 다만 박근혜 정부에서 ‘증세 없는 복지’로 증세 프레임에 갇혔다면, 문 정부는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는 증세론으로 새로운 증세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기본적으로 재원 조달을 위한 증세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재원이 부족하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의 ‘국민개세’ 원칙 확립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한국경제가 지난 2012년 이후 장기불황으로 접어들었다. 장기불황에는 세금 인상이 경기 위축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며 “지금은 세금 인상이 바람직하지 않다. 재원이 부족하면 우선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의 국민개세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과도한 법인세 인상은 기업 이탈 초래”

문 대통령의 세금정책을 보면 △조세재정개혁을 위한 특별기구 설치 △소득세 최고세율 조정 △대주주 주식양도차익 과세 강화 △상속 증여세 공제 축소 △초고소득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 △대기업비과세 감면 축소 △재원부족시 법인세 인상 △해외금융계좌 신고제 강화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들 공약을 집권 1년 차에 바로 시행하는 것은 부담이 뒤따른다는 지적이다. 현 경제구조상 증세 압박이 심해질 경우, 기업이 내수시장을 버리고 해외 이전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이미 소득세 상위 20%가 세금 80%, 법인세 상위 10%가 세금 90%를 부담하는 상황”이라며 “소득세, 법인세 하위 45~50%는 면세되고 과도한 상속·증여세로 가업상속이 안 되는 현실에서 소득세‧법인세 인상, 상속 증여세 공제축소는 많은 문제를 수반할 것”이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특히 법인세 인상, 과도한 상속 증여세는 기업의 해외탈출과 투자위축을 초래하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4개국 중 15개국이 상속세가 없고 상속세가 50%로 높은 나라는 미국, 한국, 일본 3개국뿐이다.

미국은 상속세 폐지를 공약했다. 반면 한국은 대주주의 경우 할증돼 65%를 상속세로 내는 상황이어서 기업승계를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문 정부가 제시하는 ‘21세기 한국형 일자리 뉴딜’ 정책도 꼼꼼히 짚어야 할 부분으로 꼽았다. 4조2000억원으로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를 만들겠다는 것은 공무원 연금비용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1인당 2400만원으로, 업무공간 등 간접비와 공무원 연금비용은 일자리 창출 대책에서 빠졌다”며 “공공기관에서 일자리 34만개를 만든다는 것은 현재 공공기관 전체 일자리를 두 배로 늘린다는 의미인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앙과 지방 공공기관의 부채가 지난해 말 572조원에 이른다”며 “방만한 공공기관 경영은 부채증가로, 후대에 엄청난 부담을 전가하게 된다. 공공기관 일자리 확대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흐름 파악이 우선··· 4차 산업 대비한 규제완화도 관건

오 교수는 문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시장에 반영되기 위해 글로벌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나친 반기업 정책이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오 교수는 “세계경제 흐름에 동참하지 못할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낮아 분배 악화와 중산층 붕괴를 초래한 참여정부 시절의 경험을 답습할 우려가 있다”며 “하반기에 예상되는 미국의 연이은 금리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외국인자금 급반전 유출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정부의 지배구조개혁 등 재벌개혁, 즉 반(反)대기업정책은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과 함께 대기업의 투자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연간 140조~150조원 설비투자의 80~90%가 대기업에 의해 이뤄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대기업의 투자 위축은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공공일자리 창출도 결과적으로 민간 부문은 위축되고, 정부 부문은 커져서 재정위기 가능성을 앞당길 우려가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청와대에 국제금융보좌관을 둬 해외 동향을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을 위해 규제프리, 창의적 인재, 모험자본 3박자가 맞아야 민간주도 4차 산업혁명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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