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중국사업 신뢰가 문제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7-02-27 07: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홍콩재벌 리카싱도 강조한 '신의'…중국서 사업은 '신용이 필수

[중국연달그룹 집행동사장 조평규]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신의를 지키는 것이다.(一生之中,做重要的是守信)"

홍콩 최고재벌 리카싱(李嘉誠) 회장의 대표적인 어록 중 하나다. 이처럼 대개의 중국 기업인들은 사업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신용'(信用)을 꼽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업경영에서 신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국사업에서 신뢰나 신의가 없다는 낙인이 찍히면 자기들의 관계망에서 추방되고 사업에서 성공을 기대할 수 없으며,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존경을 받지 못한다.

중국과 사업을 해온 일부 기업인들은 중국기업가들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계약을 해도 지키지 않으며, 약속은 하루아침에 번복된다고 말한다. 지적재산권은 보호받지 못하고, 짝퉁 상품은 정상적인 거래를 마비시키기도 한다.

필자도 많은 경우 현실이 그러하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특히, 중국에서는 국영기업보다 민영기업인들이 신뢰에 더 많은 문제를 가진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한국기업들은 모두 중국기업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중국기업인들은 한국기업을 단기적인 이익에 너무 집착하며 신뢰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곤 한다. 심지어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처럼 사전에 부정하다가 갑자기 발표하는 것을 보면 한국 정부도 믿지 못하겠다는 태도다.

논어의 '이인편'(里仁篇)에 보면 “군자는 덕을 생각하나 소인은 이익을 생각하고, 군자는 벌을 떠올리고 소인은 혜택만 생각한다”(君子懷德, 小人懷土; 君子懷刑, 小人懷惠)고 했다.

현대 사회에는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먼 사람들이 판을 친다. 일견 능력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얼마 지나지 않아 몇 배의 손실을 가져오고 만다. 사람들이 돈을 좋아하는 것은 군자나 소인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군자는 정당한 방법과 정당한 이익만을 추구한다. "군자는 의리에 밝고 소인은 이해에 밝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는 것은 고대나 현대나 마찬가지다.

도둑도 도둑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신의와 신용을 지키는 것은 인간 보편의 가치 기준이다. 남을 속이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는 일시적이고 오래가지 못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민영기업인들이 트릭과 약속을 번복하여 손해를 끼치더라도 우리 기업들은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것이 유리하다. 기업을 장기적으로 경영할 생각이면, 상대가 약속을 지키지 않더라도 자기는 지키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세상에는 좋지 못한 마음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업을 하다 보면 약속을 지키고 싶어도 주변 환경에 의해 일시적으로 신의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모든 일을 싸잡아 비판하고 상대를 용서하지 않는 것으로 원칙을 삼는다면 종국에서 좋은 사업파트너를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고의적으로 속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어려움에 처한 거래처나 상대기업을 이해하고 기회를 주는 것도 오래가는 파트너를 만드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한번 도움을 받았던 기업은 상대가 어려움에 빠지면 도움을 주는 것이 동양사상의 신의와 맞닿아 있다.

개인이나 기업도 평상시에는 상대의 진면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어려움이나 모순된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상대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최근 사드 문제로 한·중간의 경제적 어려움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국가간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말과 같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해결 될 가능성이 많다. 평소에 파트너와 좋은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정치적 리스크가 닥쳐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어려움을 당할 때 도움을 주고 받으면 신뢰의 강도는 더욱 깊어진다.

조선말 제주도로 귀양가 있던 김정희 선생은 당시 잘나가던 권세가들이 자기를 외면하고 멀리하는 상황에서, 제자 이상적이 신의를 지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 '세한도'(歲寒圖)를 그려 여백에 "소나무와 잣나무 잎이 늦게 시든다는 사실은 날씨가 차가워진 뒤에야 알 수 있다"(歲寒然後 知松栢之後彫)는 논어의 구절을 인용했다. 즉, 사람의 참모습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서야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한·중간 기업간의 신뢰가 이 같은 경지에 이르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국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가의 인격과 신뢰의 문제다.

중국연달그룹 집행동사장 조평규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