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마음처럼 되지 않는 ‘김성근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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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22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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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한화 이글스 공식 홈페이지]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야신' 김성근 감독의 야구가 무너지고 있다. 2000년대 최강의 팀으로 불리던 SK와이번스 시절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지만 팀 성적은 정반대다.

한화 이글스는 21일 현재 63승 73패 승률 0.463의 성적을 기록하며 8위까지 처진 상태다. 특히 최근 10경기에서는 3승 7패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과거 리그를 지배하던 '김성근식 야구'가 생각처럼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수비 강화 실패
김성근 감독이 한화에 부임하며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수비다. 한화가 몇 년 동안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가장 큰 원인이 수비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한화의 수비율은 0.977로 최하위, 실책은 113개로 1위를 기록하며 수비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하지만 김감독의 겨울 지옥 훈련에도 불구하고 수치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실책 수는 103개로 KT위즈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수비율도 0.980으로 뒤에서 세 번째다.

더 큰 문제는 김 감독이 수비강화를 위해 투입한다던 권용관의 실책 수에 있다. 권용관은 568이닝 동안 무려 12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이는 이닝 당 실책수로 환산했을 때 타 팀 주전 유격수 김성현, 김상수, 김하성, 김재호 등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다.

더구나 팀 내 포지션 경쟁자 신인 강경학은 권용관보다 더 많은 이닝(592이닝)에 출장했음에도 같은 수의 실책 수(12개)를 기록하고 있다. 강경학의 타격 기록이 권용관보다 좋은 걸 감안하면 수비 강화를 위해 권용관을 쓴 김성근 감독의 시도는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고 볼 수도 있다. 권용관은 지난 8일 LG전에 이어 16일 KIA전에서도 결정적 실책을 범해 패배의 원인을 제공하며 2군으로 내려갔다.

수비 강화를 위해서라던 송주호의 기용도 의구심이 든다. 송주호는 외야수로 총 394이닝을 출장했는데 이 기간 3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일발 장타력을 지녔지만 수비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송주호와 같은 이닝을 출장한 이성열은 실책수가 2개에 불과하다.

실책 수로 표현되지 않는 수비력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타율 6푼, 안타 수 2배, 타점 수는 5배 높은 이성열을 송주호와 비슷하게 출전시킨 김감독의 선택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 희생번트와 대타 과연 최선일까?
올 시즌 가장 많은 희생번트를 시도한 팀은 한화다. 총 133개의 희생번트를 댔다. 2위 SK와이번스에 비해 32개나 많다.

김감독은 득점 확률을 높이기 위해 희생번트에 의존하는 스타일로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번트 이후에 한화가 득점에 성공한 확률은 43.2%로 리그 8위에 불과하다. 한화의 번트 작전은 효율적이지 못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한화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리드오프를 2명이나 보유한 팀이다. 이용규, 정근우를 데리고 있으면서 "뛸 선수가 없다"고 말하는 김성근 감독의 말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보여진다.

특히 리그 중반, 번트를 잘 댄다는 이유만으로 강경학, 권용관을 2번 타석에 기용한 것은 '강한 2번'을 추구하는 현대 야구와는 동떨어진 판단으로도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작전이 읽혀 실패할 확률이 높아져도 밀어 붙이는 경향도 있었다.

지난 17일 NC와의 경기에서 느린 주자 김태균, 최진행이 1,2루에 있는 상황에서 더 발이 느린 폭스에게 번트를 지시해 결국 실패한 것은 그 단적인 예다.

한화는 또 대타를 많이 기용하는 편이다. 심지어 경기 극 초반에도 승부처라 생각되면 바로 대타를 기용하곤 했다. 하지만 한화의 대타 성공률은 리그 7위이며 2할이 되지 않는다. 작전이 오히려 득점 확률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출처=한화 이글스 공식 페이스북]

◆ 선발 투수 당겨쓰기 역효과
김감독은 데이터를 신봉하는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있지만 올시즌은 조금 달라 보인다.

바로 선발 투수 당겨쓰기가 그렇다. 시즌 초반 탈보트는 김성근 감독의 투수 4일 로테이션으로 인해 슬럼프에 빠져 두 번이나 2군에 내려갔다 왔다.

탈보트는 8월까지 5일 휴식 후 등판 시 9경기에서 4승2패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하고, 6일 휴식 후 등판한 4경기에서는 2승1패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했다.

반대로 4일 휴식 후 등판했던 7경기에서는 2승4패 평균자책점 7.53으로 좋지 않았지만 김감독은 탈보트를 계속 당겨썼다. 결국 그는 다시 부진에 빠졌고, 지금까지 들쑥날쑥한 플레이를 보이고 있다.

안영명도 마찬가지다. 김감독은 시즌 초반 월간 MVP에 선정될 정도로 호투하던 안영명을 '총력전'을 이유로 일주일에 3번 선발 등판시키는 변칙적 운영을 하기도 했다. 그 이후 안영명의 페이스는 눈에 띄게 쳐졌다.

문제는 김감독의 투수 당겨쓰기가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탈보트는 자주 4일 등판간격으로 올라오고 있고, 새로운 용병 로저스도 4일 간격으로 등판하며 경기당 120개에 달하는 공을 던진 후 구위가 떨어지고 있다.

◆ 같은 투수만 쓰는 야구
'벌떼 야구'는 김성근 야구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선수단을 폭넓게 사용하며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른 특성의 투수들을 올려 활용해왔다.

시즌 초의 한화도 그랬다. 권혁, 박정진, 윤규진, 송창식등 필승조에 김기현, 정대훈 등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승리를 지켰다. 문제는 윤규진이 부상으로 빠지고 정대훈, 김기현등이 부진에 빠지면서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감독은 권혁, 박정진을 점수 차와 승패 여부를 가리지 않고 경기에 투입했다. 그 결과 권혁은 무려 109이닝을 던졌고, 박정진은 96이닝을 던졌다. 송창식은 선발, 중간,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나와 106이닝이나 던졌다.

혹사와 관련해서는 워낙 논란이 많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선수들의 성적과 무관한 기용이다.

과거에도 많은 이닝을 던지는 중간과 마무리 투수들은 많았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잘 막은 선수들이었다. 반면에 권혁, 박정진, 송창식은 모두 시즌 중반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며 성적도 곤두박질 쳤다.

시즌 초 3점대 초반 방어율을 기록했던 권혁은 방어율이 4.95까지, 송창식은 5.84까지 올랐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2점대 초반의 방어율을 유지하며 리그 최강 불펜 중 한명으로 언급되던 박정진은 방어율이 3점대로 올라가며 슬럼프에 빠졌다.

문제는 이렇게 페이스가 떨어져 컨디션이 들쑥날쑥한 선수들을 휴식 없이 계속 기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혁은 어느 덧 13패를 기록했고, 블론 세이브도 리그 1위인 8개다. 송창식도 중간 투수로는 드물게 7패를 당했다. 박정진은 등판했다가 볼넷을 주고 강판당하기 일쑤다. 이제는 세 선수가 마운드에 오르면 불안한 마음이 더 크다.

시즌 초반 젊은 선수들을 키워 후반기에 사용할 것이라는 김감독의 말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번 시즌 꾸준히 기회를 부여 받은 젊은 투수는 김민우 하나뿐이다. 김범수, 조영우, 박한길과 같은 선수들은 1군에 올라왔다가도 몇 경기 부진하면 바로 2군으로 내려갔다.

기회를 부여 받아 실전 경험을 쌓지 못하면 젊은 선수들은 성장할 수 없으며 같은 선수가 계속 등장하는 악순환만 반복될 수밖에 없다.

[사진출처=한화 이글스 공식 페이스북]

현장에서는 김감독의 야구에 조급함이 묻어나온다고 말한다.

그래서 김감독이 평소 추구하는 야구가 실현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받는다. 팬들이 원하는 건 김감독이 스타일을 바꾸고 ‘김성근 야구’를 포기하는 모습이 아니다.

진짜 자신의 야구를 하기 위해 전과 같이 더 철저히 데이터를 분석하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김성근 감독과 한화의 야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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