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아트거장 빌 비올라 "여섯살때 익사할뻔한 후 보이지않는 너머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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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0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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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갤러리에서 7년만에 개인전

[5미터 길이 대형 화면에 담긴 빌비올라의'도치된 탄생' 영상작품 장면. 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껌껌한 전시장. 8분22초 동안 꼼짝 못한다.

 검은 액체를 뒤집어 쓴 남자가 어둠속에 서있다. 이어 쏟아지는 물소리, 남자의 몸에 달라붙은 검은 액체가 위로 빨려올라다더니 곧 무시한 폭우로 고조된다. 검은 액체는 붉게 변하면서 남자의 몸을 씻겨나가고 다시 백색 액체가 발 아래에서 위로 올라와 온 몸을 하얗게 물들인다. 이어 맑은 물이 쏟아져 남자를 드러낸다. 부드러운 안개에 서려 다시 살아난 듯한 남자가 정면을 바라보는 순간 겨우 안도감이 느껴진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3관에 설치된 빌 비올라의 비디오 작품 '도치된 탄생'이다. 5m 높이에 달하는 대규모 스크린에 담긴 이 작품은 보는 순간 압도당한다.

한 남자가 격렬한 변화를 겪으며 도달하는 깨달음의 다섯단계를 보여주는 화면은 마치 물씻김굿처럼 영적이며 또한 명상적이다. 죄를 짓고 용서받고 정화되고 구원받는 인간의 모습같기도 하고, 탄생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처럼 철학적이기도하다. 보고 듣는 행위를 통해 감상자까지 각성의 순간을 경험할수 있게한다.

 

[5일 빌 비올라가 국제갤러리 이현숙 회장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옆은 비올라의 부인 키라 페로브로 이날 비올라의 작품을 함께 설명했다. 사진=박현주기자]
 

 '예술적 충격'을 선사하는 세계적인 비디오아트 거장 빌 비올라(64)가 7년만에 다시왔다.

 국제갤러리와 의리가 깊다. 이번 전시는 2003년, 2008년이후 세번째 개인전으로 최근 2년간 작업한 일곱개의 주요 영상작품과 새롭게 소개되는 이전의 주요작품을 선보인다.

 5일 한국에 내한 국제갤러리에서 기자들과 만난 빌 비올라는 "삶은 고통이다. 부처도 그러지 않았던가. 인간에게 고통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묶이거나 거꾸로 매달린 극단적 압박에 놓인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었다.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생전에 조수로 활동하기도 한 비올라는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정신적, 심리적 의식의 흐름을 탐구하면서 고유의 작품을 선보여왔다.

 본질적이고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진다. 빌 비올라는 지난 40년간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과 싸워왔다.

 뉴욕 출신인 그는 1995년 베니스(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미국관을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되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후 미국 휘트니미술관, 일본 모리미술관 등에 이어 지난해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죽음 탄생 환생과 같은 중요한 의식의 순간들이 녹아있는 작품은 종교적이다. 빌 비올라는 "일본에서 선 공부를 하며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작품마다 물 불이 정화작용처럼 등장한다. 그는 "물은 내 작품의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6살때 물에 빠져 익사 할뻔했던적이 있다"는 비올라는 "물속에서 기이한 경험을 했다"며 여전히 그 기억에 빠져있는 듯 했다.  "푸르고 녹색빛은 띄는 물속, 계속 아름다운 곳을 보고 싶어서 날 건지러온 삼촌을 자꾸만 밀어내 삼촌이 간신히 끌고 올라갔었어요."  비올라는 "그때의 그 경험, 밖에서 보았을때와 달리 아름답던 물속의 그 느낌이 내 작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아름답고 푸르고 녹색빛, 그 호수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아직도 있다"고 말했다. 물속 신비에 매혹된 그는 "우리눈엔 보이지 않는 너머에 무언가가 더 있다"고 믿는다. 

 

[런던 세인트 폴 성당에 선보인 대형 비디오 영구 설치작업인 '물의 순교자' 사진=박현주기자]


 이번 전시에는 2014년 5월 영국 런던의 세인트폴 성당에서 선보였다는 비디오 설치작업 '순교자(흙, 공기, 불, 물)' 시리즈 중 하나인 '물의 순교자'(Water Martyr)도 소개된다. 거꾸로 매달린 인물에게 물이 위에서 강하게 쏟아져 내린다. 영상은 그 움직임을 극도의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준다.

 비올라는 "순교자의 그리스 어원은 '증인'을 의미했다"며 "요즘 매스미디어나 현대인들은 타인의 고통을 지켜보기만 할뿐 행동을 취하지는 않는다"고 바라봤다. 그는 "가치나 신념 그리고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 고통 고난 심지어 죽음까지 기꺼이 짊어질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수행자같은 빌 비올라가 작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비올라는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고 광활하다"면서 "영혼의 공간이 중요하다"고 했다. "영혼은 옳고 그름을 구분할수 있고, 또 위안을 얻고, 역경을 이겨나갈수 있는데 예술이 그 영혼을 이어주는 통로"라고 했다.

 '현대미술의 영상 시인'이라는 별칭이 붙은 그는 달관한 수행자처럼 보였다. "탄생이 시작이 아니다. 죽음도 끝이 아니다"는 명구를 인용하며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며 무심하게 말했다.

  "태어나고 죽고 어느 순간 사라지는 무한한 세상이다. 하지만 이곳, 지금만이 유한한 이 아름다운 현세가 가장 중요하다. 태초 동굴에 도구가 있고 예술이 시작됐다.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잘 살아가나가 중요하다. (예술가로서)사라지기 전에 무언가를 남겨야 한다."  전시는 5월 3일까지. 관람은 무료.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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