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韓中 정당교류-3] 집권정당간 교류, '정열경열(政熱經熱)' 시대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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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1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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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국 정당 교류의 발전적 방향 모색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올해로 수교 22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가 그간의 전략적 관계를 넘어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양국이 새로운 관계를 정립한 결과, 이제는 국가 간 교류만이 아닌 정당 간 대화채널을 마련했다. 양국의 관계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평화 질서를 위한 제1 조건이 된 셈이다. 지난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과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구 등으로 동북아 질서가 요동친 상황에서 한·중 양국의 정당 교류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이에 아주경제는 총 3회 기획시리즈를 통해 일극 체제를 넘어 다자주의적 시스템 안에서 양국 정당이 교류할 수 있는 현실 가능한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한중 집권정당이 첫 대화의 물꼬를 튼 가운데 지난 10일 한중FTA 실질적 타결이라는 경제교류의 큰 포문이 열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중FTA 타결에 따른 양국의 경제적 차원의 관계 발전은 정치·외교적 협력을 강화하는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것이 중론이다. [그림=아주경제 편집부 DB]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달 중순 국회 국정감사 기간 방중을 감행(?)했다. 국회가 그나마 가장 일하는 시기인 국감 때 외유에 나서는 김 대표에게 정치권 안팎의 시선은 냉랭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절대 미룰 수 없는 일”이라며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것도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을 비롯해 한중의원외교협의회장인 이재오 의원, 정갑윤 국회부의장과 이병석 전 국회부의장, 김학용, 김종훈, 박대출, 박인숙, 김세연, 이에리사 의원 등 다수의 의원들과 함께였다.

이미 몇달 전부터 약속됐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을 취소하거나 미루는 것은 큰 외교적 결례란 것이 김 대표의 해명이었지만, 사실 이들이 한꺼번에 중국을 찾은 목적은 따로 있었다.

◆한중 수교 22년 만의 첫 정당간 정책대화 성사

그것은 새누리당과 중국 공산당과의 첫 ‘정당정책회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였다. 그간 국회 차원에서 중국 공산당과의 정치 교류는 있었지만, 당 대 당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통의 화두를 논의한 정당정책대화는 한중 수교 22년 역사에 유례 없는 일이었다.

한중 양국의 집권당이 지난달 14일 중국 베이징(北京) 만수호텔에서 처음 가진 정당정책대화 세미나의 주제는 '법치를 통한 반부패와 청렴사회 건설'이었다.

김문수 위원장은 이날 기조발제를 통해 "부패라는 사회악을 해소하지 않으면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없고 선진국이 될 수 없다"며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투쟁에 대해 공감과 존경의 뜻을 표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부패구조 정착 차단을 위한 '한중 반부패연대'를 제안한다"며 "새누리당과 중국 공산당간의 반부패 연대기구를 만들어 다양한 정책과 경험을 전 세계에 함께 전파해 부패 없는 세계를 만드는 데 앞장서자"고 강조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한중 양당 간 정책대화에 대해 "이는 작년 6월에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에 와서 양국 정상이 신설하기로 합의한 4개 전략대화 체제가 모두 완성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이번 정책대화가 한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왕자루이(王家瑞) 대외연락부장와의 대담에서 여당뿐 아니라 야당과의 교류도 얘기했고 중국측에서도 시도를 하겠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3개의 전략대화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대화 △양국 외교·국방차관 간 외교안보 대화 △양국 국책연구기관 합동전략대화로, 이미 지난해 11~12월 서울과 베이징에서 개최됐다.

특히 김 대표는 이번 방중기간 정당교류 '정례화'를 공식 제안, 내년에는 중국 공산당을 한국에 초청해 제2차 정당대화를 열 예정이다.

이번 정당정책대화에 참여했던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은 "한중 정당간 정책대화는 한국과 중국이 단순히 지리적 인접국이란 잇점을 넘어, 경제교류에 더해 정치교류 활성화의 큰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김 대표의 말씀처럼 내년에는 야당과의 교류도 있을 것이고 이것이 정례화 된다면, 양국은 서로 정치분야 뿐만 아니라 경제분야에서도 보다 깊이 있는 교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방문 중인 김무성 대표와 이재오 의원, 이병석 의원, 김문수 의원 등 당 대표단은 14일 베이징 만수호텔에서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환담을 나누고 법치를 통한 반부패와 청렴사회건설을 위한 '제1차 한·중 정당정책 대화'에 참석했다. [사진=새누리당 제공]


◆한중 관계, '정냉경열(政冷經熱)'에서 '정열경열(政熱經熱)'로 변모

한중 집권정당이 첫 대화의 물꼬를 튼 가운데 지난 10일 한중FTA 실질적 타결이라는 경제교류의 큰 포문이 열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중FTA 타결에 따른 양국의 경제적 차원의 관계 발전은 정치·외교적 협력을 강화하는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것이 중론이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 소장은 "한중FTA 체결로 한중 관계는 경제협력을 넘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면서 "그간 한중 관계는 경제협력, 한미관계는 외교안보협력에 각각 치우친 감이 없지 않은데, 한중FTA 체결로 그간 외교안보적으로 벌어졌던 한중 관계의 틈을 메우는 계기가 돼 양국은 더 긴밀한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중 양국은 수교 이후 경제협력은 뜨겁지만, 정치 협력은 차가운 이른바 '정냉경열(政冷經熱)' 상태에 머물러왔다. 2008년 양국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선언했지만 실질적인 측면에서는 최근까지 그런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북중 관계의 긴밀도가 이전보다 떨어지는 등 정세 변화와 한중간의 경제협력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한중관계가 '정냉경열'에서 '정열경열(政熱經熱)'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소장은 "한중관계가 정열경열로 가는 와중에 한중 양국 집권정당이 정책대화를 한 것은 양국 정치관계 발전에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며 "그간 북중관계를 주도했던 중국 공산당과의 대화 채널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5년 대통령 단임제에서 정부의 역할이 실제 3년간 통한다는 점에서 당 대 당 대화채널은 보다 장기적으로 한중 관계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은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을 가졌다[사진=새누리당 제공]


일각에서는 당 대 당 교류가 피상적인 논의가 아닌 보다 구체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정례화'의 의미가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사실 중국은 정부와 공산당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은데, 양국의 당 대 당 교류가 향후 어떤 성과를 낼 지 현재로선 의문"라며 "이번 정당정책대화는 중국와의 여러 정치외교적 대화 채널 중 하나가 열린 정도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한중 관계가 정치외교적 채널을 다양화하는 것은 분명 유의미한 일"이라며 "향후 정당정책대화가 정례화 되고 이번에 논의한 '반부패' 같은 피상적 주제가 아니라 보다 실질적인 화두를 다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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