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찬성률 97% 불구, 현대중공업 노사 모두에 희망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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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22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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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조합원이 97%를 넘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쟁의행위 가결을 지지했다.

이번 개표 결과는 단순히 극단적인 대립을 심화시키겠다는 측면보다는 오히려 평행선을 달리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노사 양측에게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임금 및 단체협상에 임하라는 조합원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만약 개표 결과 찬성과 반대 어느 쪽에도 기울어지지 않는 상황으로 이어졌다면 회사의 이해관계는 노사 갈등을 넘어 노사·노노 갈등이라는 예측할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을 수 있었다. 사측이나 노조 집행부 모두가 바라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 달여 간 투표가 진행됐으나 사실상 대부분의 투표는 당초 예정됐던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에 끝났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후 한 달여 간 투표함을 열지 않은 것은 갈등의 골이 깊어진 노사 모두에게 명분을 만들어 줘야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행히 4년여 만에 회사로 복귀한 권오갑 사장이 먼저 나서 조합원을 비롯한 전 조합원들에게 손을 뻗은 것이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권 사장은 전 임원들에 대한 사표 수리, 대대적인 임원 수 축소 및 생산부문 출신 인사의 임원 등극 등 아래로부터의 회사 개혁을 추진해 노조 조합원들의 마음을 조금씩 달랠 수 있었다.

이어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통해 노조와 만난 인사들이 회사의 잘못을 인정하고 함께 동반성장을 이루겠다는 뜻을 전하는 정성을 보임으로써 이날 개표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노조측에서도 사측에 대한 강한 불만이 있었으나 사측의 성의를 받아들이고 개표 결과에 관계없이 사측과의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대승적인 결단을 내렸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조합원들이 쟁의행위를 찬성했지만 실제적인 파업으로 이어지길 바란 조합원의 수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배경은 개별적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사측이라는 두터운 벽을 깨고자하는 마음에서 벌어진 것이며, 사측이 충분히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렸다는 분위기로 돌아서면 굳이 파업이라는 최악의 사태로까지 가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표가 마무리 된 후 노조 개시판에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에 대한 성토가 일부 있었으나 많은 조합원들은 뜻이 맞지 않는 이들과도 함께 가야 한다며, 불필요한 노-노 갈등을 자제하자는 의견이 다수 댓글로 올려졌다. 이는 방법은 다르지만 조합원들도 회사를 구하겠다는 궁극적인 염원은 사측과 다를 바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24일부터 시작되는 본 교섭부터 노사가 어떤 점에 염두를 두고 협상을 진행하느냐는 것이다. 사측의 교섭위원 명단은 이어진 인사로 대폭 바뀌었기 때문에 기존에 고수했던 입장에서 한 두 단계 개선된 수정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사측 관계자는 “앞으로 남은 교섭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노사 모두 함께 공존해 나갈 수 있는 최선의 안을 도출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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