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짓는 데 8년, ESS는 2~3년이면 되는데…규제에 막힌 '가상 송전선로'

  • 국내 ESS 1404MW 운영에도 송전망 활용은 제한

  • 독일·프랑스는 송전망 혼잡 완화에 적극 활용

  • "가상 송전선로 도입 위한 제도 정비 필요"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생에너지와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망 확충 수요가 커지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송전망을 보강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송전망 건설에는 8년 이상 걸리는 반면 ESS는 통상 2~3년 이내에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관련 규정 미비로 송전망 사업자가 ESS를 '가상 송전선로'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일 한국전력공사 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송전망 사업자용 ESS는 주로 주파수 조정과 계통 안정화를 목적으로 설치·운영되고 있다. 현재 주파수 조정용 ESS 426㎿와 계통 안정화용 ESS 978㎿가 운영 중이다. 

ESS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점에 공급하는 설비다. 전력 수요가 적은 시간대에 충전하고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방전해 송전망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전력망의 혼잡을 완화하고 송전설비 보강 시점을 늦추는 '가상 송전선로' 역할도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ESS 확충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과 장기 송·변전설비계획 등에 따라 약 700억원 규모의 2차 계통안정화 ESS 사업이 진행 중이다. 총 300㎿ 규모로 소룡·논공·나주·선산·신영주 등 5개 지역이 대상이며 선산과 소룡 지역 사업이 우선 추진되고 있다. 

다만 이 사업은 계통 안정화를 목적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송전망 보강을 위한 가상 송전선로 활용과는 차이가 있다. 현행 전력시장운영규칙상 송전사업자용 ESS는 주파수 조정과 계통 안정화 용도로 정의돼 있어 가상 송전선로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려면 관련 규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ESS를 송전망 보강에 활용하기 위한 제도 정비와 실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독일은 송전망 안정화와 혼잡 완화를 위해 총 1300㎿ 규모로 ES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도 32㎿ 규모의 배터리를 설치해 송전 혼잡 완화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 역시 송전망 사업자가 ESS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와의 공정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규제기관의 승인과 비용 회수 기준 등도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ESS 활용 범위를 확대하되 시장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전망 사업자가 ESS를 직접 운영하면 민간사업자와 사업 영역이 중복될 수 있어서다. 

이원풍 한전 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송전망 보강 대안으로 ESS를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과 평가 절차를 정비해야 한다"며 "ESS 운영으로 추가 수익이 발생하면 이를 전력망 이용자에게 환원하고 민간사업자와의 공정경쟁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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