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웅의 정문일침(頂門一鍼)] 하남에 또 1만8500가구...'집은 앞서가고 길은 뒤따르나'

  • 미사 K-컬처 1만2000호·감일2 6500호 발표...기존 교통난에 추가 부담 우려

  • 하남시의회 조창민·정경섭 의원, 선교통·후입주...3·9호선과 서하남IC 개선 요구

  • 학교·원주민 재정착·자족기능까지 과제...주택 공급과 도시의 삶 함께 설계해야

사진하남시 7개 광역도로망 계획도 사진하남시
하남시 7개 광역도로망 계획도. [사진=하남시]

집은 들어서는데 철도는 늦어지고, 주민들은 교통혼잡을 견디며 학교와 생활시설이 갖춰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정부가 하남에 1만8500가구의 신규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한 지금, 이번에는 과연 집보다 시민의 삶을 먼저 생각하고 있는가.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9일 수도권 6개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에 7만67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하남에는 미사동 일원 '하남미사 K-컬처' 1만2000가구와 감일동 일원 '하남감일2' 6500가구 등 모두 1만8500가구가 포함됐다.

이번 발표를 두고 하남시의회 조창민 부의장과 정경섭 의원이 제기한 문제는 그런 점에서 살펴볼 만하다.

조창민 부의장은 감일2지구의 6500가구 추가 공급과 관련해 기존 감일지구의 교통·교육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감일지구는 지하철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고 서하남IC 일대의 교통혼잡도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데, 새로운 주택이 들어서면 늘어나는 교통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경섭 의원 역시 미사 K-컬처지구에 1만2000가구가 공급될 경우 기존 미사지구의 교통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출퇴근길뿐 아니라 주말에도 교통혼잡을 겪는 주민들의 현실을 거론하면서 지하철 3·9호선 연장과 도로망 확충을 신규 택지 개발에 앞서 구체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의원의 지역구와 관심 현안은 다르지만 주택 공급에 걸맞은 교통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같다.

물론 정부가 교통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지하철 3호선 연장사업인 송파하남선은 지난해 7월 기본계획이 승인됐으며, 서울 오금역에서 감일과 교산을 거쳐 하남시청역까지 11.7㎞를 연결하는 노선으로 2032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신규 택지에 최단기 착공 방식을 적용해 2030년까지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개별 지구의 실제 입주 일정과 교통시설의 완공 시점은 앞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철도사업의 일정이 한 번만 늦어져도 그 부담은 주민들의 출퇴근길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도로와 철도, 대중교통 환승체계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 부의장은 감일지구에서 제기돼 온 과밀학급과 학교시설 부족 문제를 거론하며 학교 신설·증축과 학생 배치계획을 신규 주택 공급에 맞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 공급 규모만 먼저 정하고 학교 문제를 나중에 논의한다면 그 부담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부 역시 K-컬처 복합단지 개발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주택 공급 규모가 커지는 과정에서 기존 문화산업 구상이 어떻게 조정될지는 앞으로 확인해야 한다. 단순히 아파트와 문화시설을 함께 배치하는 수준을 넘어 문화콘텐츠 산업이 일자리와 지역경제로 이어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 의원이 원주민과 지역 기업의 재정착 문제를 제기한 것도 오랫동안 그곳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삶과 생업이 밀려나서는 안 된다는 것. 토지 보상과 이주대책은 물론 지역 기업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까지 살펴야 한다. 개발로 얻는 이익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따지는 일 역시 공공택지 조성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과제다.

미사에서는 교통난 심화와 기존 K-컬처 사업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감일2 일대에서는 그동안 개발이 제한됐던 지역의 생활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따라서 찬성과 반대를 단순히 나누기보다 각 생활권의 교통 여건과 주민 요구, 개발에 따른 영향을 구체적으로 살피는 과정이 필요하다

선후본말(先後本末: 일에는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해야 할 것이 있다)라는 말이있다.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도로와 철도, 학교와 일자리 문제를 뒤로 미룬다면 무엇이 먼저이고 무엇이 나중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집을 짓는 일과 도시의 기반을 마련하는 일은 서로 떨어진 과제가 아니며, 계획 단계부터 함께 다뤄져야 할 문제다.

이현재 하남시장도 정부 발표 직후 일자리와 교통망을 갖춘 신도시 조성을 요구했다. 하남시는 3호선 역사 신설과 입주 전 개통, 위례신사선 감일 연장, 서하남IC 개선, 원주민 재정착과 생계대책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확대하려는 목적은 국민의 주거 안정을 높이는 데 있다. 그렇다면 공급 물량만큼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살아갈 사람들이 어떤 일상을 누리게 되는가 하는 문제다. 미사와 감일, 교산이 각각의 개발사업으로 끝나지 않고 하나의 도시로 연결되려면 광역교통망과 교육시설, 일자리와 생활 기반을 함께 살피는 종합적인 계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