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증시 호황기에 주변 친구들을 따라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가 최근 수천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한때 수익을 내던 퇴직연금 계좌마저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고, 개별 종목에 투자한 자금도 상당 부분 잃었다. 문제는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용한 카드론과 마이너스통장 대출이다. 주식 평가손실이 불어나는 가운데 매달 갚아야 할 대출이자까지 부담으로 돌아오면서 연체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A씨처럼 빚을 내 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의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 손실을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 상환까지 지연되면 신용점수 하락으로 이어져 정상적인 금융거래에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총 333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절반이 지난 시점에 이미 9월 전체 반대매매 금액인 2191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갚아야 할 미수금 등을 정해진 기한까지 상환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로 매도해 채권을 회수하는 절차다. 통상 미수거래에서는 결제대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할 경우 다음 거래일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더 큰 문제는 투자 손실이 대출 연체로 이어지는 경우다. 금융회사에 갚아야 할 돈을 일정 기간 연체하면 관련 정보가 신용평가에 반영돼 신용점수가 하락할 수 있다. 개인신용평가회사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10만원 이상을 5영업일 이상 연체하면 '단기연체'정보가 등록될 수 있다. 연체가 장기화하면 신규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등 금융거래에도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추가 대출보다 기존 채무의 상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여러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면 연체가 임박한 채무를 먼저 관리하고, 여유자금이 있을 때는 금리가 높은 대출부터 상환하는 것이 유리하다. 가령 연 14%와 연 4% 금리의 대출을 각각 보유한 경우 연 14% 대출을 먼저 갚는 것이 연간 이자를 더 절약하는 방법이다.
은행권의 대출 갈아타기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이자 부담을 낮추는 방법이다. 기존 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상품으로 옮기면 매달 납부하는 이자를 줄일 수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을 받은 이후 취업이나 승진, 연봉 인상, 부채 감소 등으로 신용상태가 개선됐을 때 금융회사에 대출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은행이나 카드사 등 금융회사 모바일 앱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금융회사가 차주의 신용상태 개선 여부를 심사해 금리 인하를 결정한다.
이미 정상적인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 연체가 발생하기 전부터 채무조정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연체 우려가 있거나 연체기간이 30일 이하인 차주를 대상으로 '신속채무조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신청하면 그 다음 날부터 채권금융회사의 추심이 중단되고, 6개월 단위 상환유예와 최장 10년 분할상환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연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최근 6개월 이내 실업·무급휴직·폐업을 경험했거나, 연소득 4500만원 이하 또는 만 34세 이하인 경우 등에도 신청할 수 있다. 신속채무조정 특례를 적용받으면 약정이자율을 30~50% 인하해 최장 10년에 걸쳐 분할상환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3분기부터 국내 증시가 좋지 않았던 만큼 앞으로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상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구체적인 채무 상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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