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경남 창원에서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우즈베키스탄 국적 남성이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으로 약 17년 만에 석방됐다. 법원은 당시 경찰이 거짓 정보로 자백을 유도하고 통역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보조로브 아크말(37)씨는 전날 법원의 재심 개시와 형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오후 6시 35분께 창원교도소에서 출소했다. 2009년 7월 구속된 지 약 17년 만이다. 아크말씨는 교도소 정문에서 기다리던 아버지를 끌어안으며 눈물을 보였다.
아크말씨는 출소 직후 "지금까지 억울하게 살았지만, 한편으로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큰 피해가 가는 것 같아 정말 죄송스럽다"며 "앞으로 남은 재판 과정에서 진실하게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재심 결정 소식을 들었을 당시 심경에 대해서는 "그냥 눈물밖에 안 나왔다"며 "오랜만에 밖에 나온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어 "재판을 마무리하고 저의 억울한 부분을 다 벗기고 나서 하루라도 빨리 부모님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재심을 도운 박준영 변호사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크말씨는 2009년 3월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에서 50대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왔던 그는 같은 해 7월 택시 강도 혐의로 구속됐다가 앞서 발생한 택시기사 강도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됐다. 이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며 2010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아크말씨는 재심을 청구했지만 한 차례 기각됐다. 이후 지난해 1월 재심 사건을 주로 맡아온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다시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이 재심을 허용한 데에는 당시 경찰의 수사 방식이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아크말씨의 자백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사건 현장에서 그의 DNA가 검출됐다거나 숨진 피해자가 살아 있다는 등의 거짓 정보를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 수사 과정에서 통역받을 권리도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심 개시가 곧 무죄 확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크말씨의 유무죄는 앞으로 진행될 재심 재판에서 다시 판단하게 된다.
아크말씨 측은 피해자 유족을 찾아 인사를 전한 뒤 본격적인 재심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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