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코리아 프리미엄, 화려한 행사보다 중요한 건 '신뢰'

사진최윤선 기자
[사진=최윤선 기자]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공동 주관한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이 16일 막을 내린다.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을 세계에 알리겠다며 올해 처음 마련한 행사다. 전 세계 42개 기관과 55개 상장사가 참여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골드만삭스와 블랙록 등 글로벌 금융기관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규모만 놓고 보면 행사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정작 물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그래서 한국 증시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글로벌 투자자들에 '매력적인 시장'으로 어필했는가. 

일단 개별적으로 열리던 기업설명회(IR)와 투자 콘퍼런스를 한데 모아 한국 자본시장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정부의 정책 방향과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동시에 알릴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투자자를 한자리에 모으는 것과 투자할 만한 시장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아무리 화려한 무대를 차리고 글로벌 금융회사 최고위급 인사를 초청해도 한국 증시의 구조적 문제가 그대로라면 행사는 행사로 끝날 뿐이다.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외면하거나 저평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돌아봐야 한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구호가 부족해서인가. 투자설명회가 적어서인가. 그렇지 않다. 주주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기업, 일반주주의 권익보다 지배주주의 이해관계가 앞서는 의사결정,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부족한 시장 제도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이런 현실을 바꾸지 않은 채 한국 증시의 매력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린다면 앞뒤가 바뀐 일이다.


이번 행사에서도 기업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확대, 자본시장 인프라 선진화, 코스닥시장 경쟁력 강화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하나같이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새로운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수년째 반복해 온 이야기들이다. 이제 시장이 듣고 싶은 것은 또 다른 정책 방향이나 청사진이 아니다. 그동안 무엇을 약속했고, 실제로 무엇을 바꿨는지에 대한 답이다.

무엇보다 시장 신뢰는 불리한 상황에서 판가름 난다. 증시가 오르고 실적이 좋을 때 투자 매력을 설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시장이 급락하고 실적이 악화할 때다. 기업이 불리한 정보까지 제때 공개하는지, 경영 판단의 근거를 충분히 설명하는지, 투자자의 질문에 책임 있게 답하는지가 신뢰를 가른다. 해외 투자자가 원하는 것은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규칙, 투명한 정보, 약속을 지키는 기업이다. 이런 기본이 갖춰지지 않은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이번 행사에서 제시한 과제별로 이행 일정과 점검 기준을 마련하고, 추진 상황과 성과를 시장에 공개해야 한다.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고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일까지가 당국의 책임이다. 내년 행사에서도 올해와 똑같은 문제를 나열하고 같은 개선 의지를 되풀이한다면, 행사는 투자자의 신뢰를 쌓는 자리가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의 숙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다음 행사에서 보여줘야 할 것은 더 큰 규모나 화려한 연사가 아니다. 올해 약속한 과제 가운데 무엇을 이행했고, 무엇이 지연됐으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성적표다.

행사는 16일 끝난다. 그러나 한국 자본시장의 숙제는 끝나지 않는다. 42개 기관과 55개 상장사가 모였다는 숫자는 행사의 외형을 설명할 뿐, 시장의 경쟁력을 증명하지는 못한다. 코리아 프리미엄은 무대 위에서 선언하는 구호가 아니다. 약속을 지키는 기업, 예측 가능한 제도, 투자자를 존중하는 시장이 만들어내는 결과다. 보여주기식 홍보로 프리미엄을 요구하기 전에, 프리미엄을 받을 자격부터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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