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오픈AI 출신 연구자들이 세운 이 젊은 기업이 세계 자본시장 역사에 남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앤트로픽은 지난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방식으로 상장신청서 초안을 제출했다. 회사가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아직 공모 주식 수와 가격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사실뿐이다. 따라서 시장에서 거론되는 2조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는 확정된 공모가가 아니라 투자자와 시장이 논의하는 기대가격이다.
그럼에도 월가가 긴장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2조 달러, 한국 돈으로 2800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그러나 숫자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앤트로픽이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기술이 엄청난 부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하는 동시에, 그 기술이 잘못 통제될 경우 인간사회에 ‘재앙적 또는 실존적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로이터가 입수해 분석한 IPO 관련 서류를 보면 위험요인 설명이 무려 80쪽에 달한다. 261쪽가량의 문서 가운데 사업 설명보다 위험 설명이 훨씬 길다. AI 모델이 종료 명령에 저항하거나 정보를 숨기고, 특정 상황에서는 협박과 비슷한 행동을 보일 가능성까지 위험요인으로 제시됐다.
이 상장은 단순히 AI 회사 하나가 증시에 들어오는 사건이 아니다. 인류가 AI라는 새로운 생산수단에 얼마만큼의 돈을 걸 것인가를 묻는 사건이며, 그 질문의 가장 직접적인 답을 받아야 하는 산업이 바로 반도체다.
앤트로픽의 숫자를 들여다보면 놀라움은 더욱 커진다. IPO 관련 자료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2025년 매출은 약 46억 달러였다. 1년 전보다 12배가량 늘었다. 성장 속도만 놓고 보면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비용 역시 엄청나다. 2025년 영업성 손실은 80억 달러를 넘어섰고 순손실은 약 420억 달러에 달했다. 다만 여기에는 전환 가능 금융상품과 관련된 약 340억 달러 규모의 회계비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420억 달러를 영업에서 모두 태웠다’고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숫자가 있다.
5180억 달러.
앤트로픽이 앞으로 클라우드와 컴퓨팅,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부담하기로 한 인프라 약정 규모다. 2025년 매출의 100배가 넘는다. 그중 상당 부분은 단순한 계획이나 희망사항이 아니다. 구글과 약 1111억 달러, 아마존과 약 110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와 약 314억 달러 규모의 장기 인프라 서비스 의무가 잡혀 있고, 브로드컴과 관련된 장비 리스 의무도 약 1612억 달러에 이른다. 상당 부분이 실제 사용량과 관계없이 지급해야 하는 장기 약정이다.
여기에서 앤트로픽 IPO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앤트로픽은 소프트웨어 회사처럼 보이지만 실은 세계 최대급의 ‘컴퓨팅 구매자’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AI 시대에는 코드가 공장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거대한 새로운 공장을 만든다. 그 공장의 기계가 GPU와 ASIC(주문형 반도체)이고, 작업대가 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이며, 생산라인이 첨단 패키징이고, 공장 건물이 데이터센터이며, 공장을 돌리는 연료가 전기다.
AI는 구름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밑에는 엄청난 물질세계가 존재한다. 이것을 ‘AI의 물질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번 앤트로픽 IPO에서 반도체 투자자가 가장 눈여겨볼 대목 가운데 하나는 브로드컴이다. 브로드컴은 앤트로픽의 인프라 투자를 위해 최대 420억 달러를 금융지원하기로 했으며, 앤트로픽은 브로드컴의 칩 설계 사업에서 2027년 최대 고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과거 반도체 산업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구조다. 칩 회사가 칩을 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돈도 빌려주고, 고객은 그 돈으로 다시 컴퓨팅 설비를 확보하며, 컴퓨팅 설비 확대는 더 많은 AI 모델을 만들고, 모델이 커질수록 다시 더 많은 반도체가 필요해진다. 돈→AI 기업→데이터센터→반도체→컴퓨팅→AI 서비스→다시 투자. 거대한 순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고리가 선순환인가, 아니면 자기증폭적 거품인가 하는 데 있다. 월가 일부가 ‘circular financing’, 즉 순환금융을 경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 회사가 AI 기업에 금융을 제공하고 그 AI 기업이 다시 반도체 회사의 고객이 되는 구조에서는 실제 최종수요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를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1990년대 말 인터넷 붐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통신장비 업체가 고객에게 금융을 제공하고 고객은 그 돈으로 다시 장비를 샀다. 수요가 계속 늘 때는 모두가 돈을 벌었지만 최종 소비자의 수익이 예상보다 늦게 나타나자 사슬의 약한 부분부터 무너졌다.
AI에서도 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
“누가 마지막 계산서를 지불하는가.”
2조 달러라는 기업가치가 너무 커 보여 사람들은 그 숫자에 시선을 빼앗기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AI가 그만큼의 현금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골드만삭스 리서치는 2026년 전 세계 AI 관련 투자를 1조 달러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의 올해 전체 자본지출 전망치만 시장 컨센서스 기준 약 8000억 달러에 이른다. 모건스탠리는 2028년까지 세계 데이터센터 건설비용만 약 2조90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더 중요한 것은 AI 인프라 투자의 80% 이상이 아직 앞으로 남아 있다고 본다는 점이다.
숫자만 보면 반도체에는 천국이다. 하지만 경제학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 현재 계획된 AI 인프라 투자를 정당화하려면 AI 서비스가 앞으로 막대한 새로운 매출과 생산성 향상을 만들어내야 하며, 일부 분석에서는 하이퍼스케일러와 AI 기업들이 향후 5년 동안 투자비를 감당하기 위해 수조 달러 규모의 추가 매출원을 찾아야 한다는 계산까지 나온다.
결국 AI 산업의 운명은 GPU 숫자가 아니라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수익률이 결정한다. 지금까지는 “누가 더 많은 GPU를 확보했는가”가 질문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GPU가 얼마의 현금을 벌어왔는가”로 질문이 바뀔 것이다. 2027년과 2028년 AI 시장의 최대 화두는 바로 이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앤트로픽 IPO는 반도체에 보약인가.
단기적으로 보면 보약에 가까운 요소가 많다. 5180억 달러의 장기 컴퓨팅 약정은 반도체 공급망에 엄청난 수요 가시성을 제공하며, 이것은 앤트로픽 하나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오픈AI,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을 비롯한 거대 기업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AI 경쟁은 이제 알고리즘 경쟁인 동시에 컴퓨트 확보전이다. 컴퓨트를 확보하려면 GPU와 ASIC이 필요하고, GPU와 ASIC에는 HBM이 필요하며, 첨단 AI 칩에는 미세공정과 첨단 패키징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에는 네트워크 반도체와 전력반도체, 냉각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AI의 돈은 하나의 산업에 머물지 않는다.
앤트로픽→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브로드컴 등 AI 가속기 생태계→TSMC 등 파운드리·패키징→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의 HBM과 DRAM→전력·냉각·데이터센터.
거대한 산업의 강물이 흐른다.
한국에서 앤트로픽 IPO를 단순히 미국 기술주의 이야기로 읽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시대의 가장 귀중한 자원 가운데 하나가 메모리이기 때문이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연산장치와 메모리 사이에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이동시켜야 하고, 그 병목을 해결하는 핵심 부품이 HBM이다.
삼성전자 측은 최근 HBM이 세계 DRAM 업체의 전체 웨이퍼 생산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약 20%에서 내년에는 약 30%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HBM과 일반 DRAM이 동일한 웨이퍼 생산능력을 놓고 경쟁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HBM 확대가 일반 DRAM 공급까지 조이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구조 변화다. 과거 메모리 산업은 PC와 스마트폰의 경기순환에 따라 가격이 폭등하고 폭락하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었지만 AI는 그 사이클의 모양을 바꾸고 있다. HBM은 일반 메모리보다 훨씬 많은 웨이퍼와 복잡한 공정을 요구하고 공급 확대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HBM과 DRAM의 공급 제약이 2027년까지 가격과 이익을 지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앤트로픽의 5180억 달러 약정은 서울 여의도에서 먼 이야기가 아니다. 그 돈의 일부는 결국 한국의 반도체 공장으로 흘러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서 ‘독’이 만들어진다.
보약도 많이 먹으면 독이 된다. 앤트로픽 IPO가 반도체 주가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위험도 역설적으로 지금의 엄청난 기대다. 주식시장은 미래를 미리 사고 있으며 AI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에는 이미 상당한 성장 기대가 반영돼 있다. 따라서 실적이 좋아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아야 한다.
올해 SK하이닉스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AI 메모리 수요가 강하고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어도 시장의 높은 기대에 일부 미치지 못하면 주가는 크게 움직인다. 반도체 시장에서는 이제 ‘좋은 실적’과 ‘좋은 주가’가 반드시 같은 말이 아니다.
앤트로픽도 마찬가지다. 만약 2조 달러 안팎의 높은 가치평가를 받고 상장한다면 시장은 거의 완벽한 미래를 요구하게 된다. 매출은 빠르게 증가해야 하고 AI 사용량도 늘어야 하며 추론 비용은 내려가야 한다. 기업 고객은 이탈하지 않아야 하고 오픈AI·구글·메타와의 경쟁에서도 밀려서는 안 된다. 중국의 저비용 AI 모델이 가격경쟁을 촉발하는 상황에도 대응해야 한다. 무엇보다 5180억 달러의 컴퓨팅 약정을 감당할 만큼 현금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
한두 가지가 어긋나면 밸류에이션은 급격히 수축될 수 있다. 그 순간 충격은 앤트로픽 한 회사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시장은 “앤트로픽도 이 가격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면 AI 전체의 투자 규모가 너무 큰 것 아닌가”라고 묻게 될 것이고, 그 질문이 나오는 순간 엔비디아에서 브로드컴으로, TSMC에서 HBM으로, 데이터센터에서 전력설비까지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이 앤트로픽 IPO가 반도체에 독이 되는 경로다.
더 흥미로운 것은 역설이다. IPO가 실패하면 당연히 AI 주식에 충격을 주지만 지나치게 성공해도 위험할 수 있다. 2조 달러 이상의 몸값으로 화려하게 상장하고 주가가 단기간 폭등한다면 전 세계 자금이 다시 AI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더 많은 데이터센터가 발표되고 더 많은 GPU가 주문되고 더 많은 HBM 공장이 지어진다. 그러면 공급망 전체가 동시에 증설에 들어간다.
반도체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수요가 없는 순간만이 아니다.
모두가 수요를 확신하는 순간도 위험하다.
반도체 산업의 수많은 불황은 호황기에 뿌려진 씨앗에서 시작됐다. 오늘의 부족이 내일의 과잉을 만든다. 그래서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AI의 성장 여부만이 아니라 AI 투자 증가율과 AI 매출 증가율 사이의 거리다. 투자가 50% 증가하는데 AI 서비스 매출이 20%밖에 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조정이 온다. 반대로 매출과 생산성이 인프라 투자를 따라잡는다면 지금의 투자는 거품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혁명의 초기 자본축적이 된다.
우리는 앤트로픽 IPO를 보면서 1990년대 말 인터넷을 떠올린다. 당시에도 세상을 바꾼다는 이야기가 넘쳐났고 실제로 수많은 기업이 사라졌으며 주가는 폭락했다. 그러나 인터넷은 사라지지 않았다. 광케이블은 남았고 데이터센터도 남았으며 그 인프라 위에서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기업들이 성장했다.
철도도 마찬가지였다. 19세기 철도 붐에서는 수많은 투자자가 돈을 잃었고 철도회사는 파산했지만 깔아놓은 철로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 철로 위에서 새로운 산업과 도시가 태어났다.
AI 역시 그럴 수 있다. 기술혁명의 생산성 효과는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늦게 나타날 수 있지만 거품이 일부 꺼진다고 해서 이미 만들어진 AI 인프라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AI는 거품인가’라는 질문과 ‘AI는 혁명인가’라는 질문을 분리해야 한다.
혁명이면서 동시에 거품일 수도 있다. 철도도 그랬고 인터넷도 그랬다.
기술은 옳았지만 가격은 틀릴 수 있었다.
앤트로픽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앤트로픽과 AI 반도체 시장을 볼 때 우리는 세 개의 숫자를 보아야 한다.
첫째는 AI 매출 증가율이다. 모델이 얼마나 똑똑한가보다 고객이 실제 얼마를 지불하는가가 중요하다.
둘째는 컴퓨팅 비용 대비 매출, 다시 말해 AI의 단위경제성이다. AI가 100원을 벌기 위해 120원의 컴퓨팅 비용을 계속 써야 한다면 혁신적인 기술일 수는 있어도 좋은 사업은 아니다. 반대로 모델 효율화와 추론비용 하락으로 100원을 벌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80원, 50원, 30원으로 내려간다면 AI 산업의 경제학은 완전히 달라진다.
셋째는 AI CAPEX 증가율과 AI 서비스 매출 증가율의 격차다. 나는 이 숫자가 향후 반도체 사이클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야 한다.
AI 산업을 이야기하면 우리는 GPU와 HBM, 파라미터와 데이터센터를 이야기하지만 이 모든 것의 마지막에는 인간이 있다. 사람이 AI를 써야 하고 기업이 AI로 돈을 벌어야 한다. 공장이 AI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병원이 AI를 이용해 더 정확하게 진단하며 학교가 AI를 이용해 더 나은 교육을 해야 한다. 로봇이 공장과 물류센터와 가정으로 들어가고 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를 달려야 한다.
그래야 5180억 달러의 컴퓨팅 약정이 살아 있는 자본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서버 창고가 될 수도 있다.
AI의 최종 승부처는 AI가 아니다.
인간의 삶이다.
그래서 앤트로픽 IPO를 단순한 기술주 상장으로 보지 않는다. 인간이 자신의 지능을 기계에 얼마나 맡길 것인가, 기업이 AI에 얼마를 지불할 것인가, 국가가 AI 인프라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 그리고 그 생산성이 결국 인간에게 얼마나 돌아갈 것인가를 시험하는 거대한 경제적 실험이라고 본다.
이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자.
앤트로픽 상장은 반도체 증시에 독일까, 보약일까.
답은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보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앤트로픽의 상장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AI 매출 성장과 컴퓨팅 투자가 지속된다면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강화될 것이고, GPU·ASIC·HBM·첨단 패키징·파운드리·네트워크·전력반도체까지 AI 공급망 전체의 수요 가시성도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중기적으로는 약효를 검증받아야 한다. 시장은 더 이상 “AI가 세상을 바꾼다”는 이야기만으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얼마를 투자했고 얼마를 벌었는지를 묻게 된다. 2027년부터는 AI의 기술 경쟁 못지않게 AI의 손익계산서 경쟁이 중요해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인간이 답한다. AI가 실제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며 로봇·의료·교육·과학·제조업으로 확산된다면 오늘의 수천억 달러 투자는 21세기 새로운 산업 인프라를 건설한 돈으로 기록될 것이다. 반대로 AI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보다 늦어진다면 먼저 주가가 대가를 치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가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닷컴버블이 무너져도 인터넷은 살아남았고 철도회사가 파산해도 철도는 남았다. AI 기업의 주가가 흔들려도 인공지능이라는 기술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앤트로픽 IPO를 바라보는 투자자의 눈도 둘이어야 한다.
한쪽 눈으로는 혁명을 보고, 다른 한쪽 눈으로는 가격을 보아야 한다.
기술에 흥분하되 가격에는 냉정해야 하고 성장에 투자하되 현금흐름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AI 기업의 화려한 모델 발표보다 그 뒤에 놓인 반도체와 전력과 데이터센터의 손익계산서를 들여다봐야 한다.
앤트로픽이 인류의 미래를 이야기하며 2조 달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월가가 결국 물을 질문은 훨씬 단순하다.
“그래서 얼마를 벌 수 있는가.”
그 질문에 앤트로픽이 답하는 순간 엔비디아와 브로드컴도, TSMC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함께 답하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그때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지금 세계가 만들고 있는 것이 거대한 AI 거품이었는지, 아니면 인류가 인터넷 이후 처음으로 건설한 새로운 지능의 인프라였는지를.
기술은 미래를 약속하지만 시장은 언제나 계산서를 요구한다.
앤트로픽 IPO는 바로 그 계산서가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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