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의 계절이 돌아왔다. '별 문제 없겠지' 하고 받은 검진에서 예상하지 못한 질환을 발견하기도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증상이 치료로 이어지기도 한다. 병원비가 나가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한 번쯤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 실손의료보험이다. 오래전에 가입해둔 보험증권을 펼쳐보면 ‘1세대’, ‘3세대’, ‘4세대’ 같은 말이 등장한다. 내 실손은 대체 몇 세대이고, 새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나을까.
실손보험은 질병이나 상해로 병원 치료를 받을 때 가입자가 실제 부담한 의료비 일부를 보장해주는 보험이다. 가장 먼저 ‘급여’와 ‘비급여’를 알아둬야 한다. 급여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 항목이고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진료비를 더 많이 부담해야 하는 항목을 뜻한다. 실손보험은 이런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의료비를 보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가입 시기에 따라 실손보험은 1~5세대로 나뉜다. 대체로 뒷세대로 갈수록 보험료는 낮아지는 대신 가입자가 직접 내야 하는 자기부담금은 늘어난다. 우선 2009년 9월 이전 가입한 1세대 실손은 자기부담금이 없거나 매우 적다. 대신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2세대는 ‘표준화 실손’으로 불린다. 이때부터 의료비의 10~20% 정도를 가입자가 직접 부담하는 구조가 자리잡았다.
2017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판매된 3세대는 도수치료와 비급여 주사, MRI·MRA 등을 기본 보장에서 떼어내 별도 특약으로 가입하도록 했다. 2021년 7월부터 올해 5월 5일까지 판매된 4세대는 비급여 전체를 별도 특약으로 분리했다. 또 비급여 진료를 많이 받은 가입자는 다음 해 보험료가 더 오를 수 있도록 할인·할증 구조도 도입했다.
지난 5월 6일 출시된 5세대 실손은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진료를 ‘중증’과 ‘비중증’으로 구분해 서로 다르게 보장한다. 쉽게 말해 암이나 심장질환처럼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큰 병과,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처럼 상대적으로 가벼운 치료를 같은 기준으로 보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증 여부는 건강보험 산정특례 대상인지에 따라 갈린다. 암과 뇌혈관·심장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중증화상, 중증외상 등이 중증에 해당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비중증으로 분류된다. 중증 비급여는 자기부담률 30%를 유지하고 상급종합병원 입원 시 연간 자기부담액을 최대 500만원으로 제한한다. 반면 비중증 비급여는 자기부담률이 50%까지 높아지고 보장 한도도 기존 연 5000만원에서 10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고령층 등 중증 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가입자라면 5세대가 유리할 수 있다. 큰 병 치료 때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에 상한선이 생겼기 때문이다. 임신과 출산을 계획하고 있는 가입자도 5세대가 유리할 수 있다. 기존 실손은 자연분만이나 제왕절개, 산전검사 등 임신·출산 관련 의료비를 대부분 질병이 아닌 자연적 생리현상으로 보고 보장에서 제외했지만, 5세대부터는 임신·출산 관련 의료비가 처음 보장 범위에 포함됐다.
병원을 거의 가지 않는데 보험료만 계속 오르는 가입자들도 5세대 전환을 검토할 만하다. 5세대는 보장을 일부 줄이는 대신 보험료를 낮춘 상품이다. 4세대보다 평균 30%가량 낮고, 일부 1·2세대 가입자는 기존 보험료의 절반 이하 수준까지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 등 비중증 비급여 치료를 자주 받는 가입자라면 기존 실손을 유지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5세대에서는 비중증 비급여 자기부담률이 50%로 높아지고, 도수치료·체외충격파 치료·일부 비급여 주사 등은 보장 범위가 크게 줄거나 제외될 수 있다. 비급여 외래진료비가 50만원 나왔을 때 4세대에서는 자기부담금 30%를 제외한 약 35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5세대에서는 치료 항목에 따라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만약 보험료 부담 때문에 1·2세대 실손 해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곧바로 5세대로 갈아타기보다 할인 제도를 먼저 살펴보는 방법도 있다. 오는 11월부터 일부 비급여 보장을 제외하거나 자기부담률을 높이는 대신 보험료를 낮추는 ‘선택형 할인특약’이 도입될 예정이다. 또 1·2세대 가입자가 5세대로 전환하면 3년간 5세대 보험료의 50%를 할인받는 ‘계약전환 할인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결국 실손보험은 몇 세대가 가장 좋다고 단순하게 말하기 어렵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개인별 병원 이용 빈도와 주로 받는 치료, 현재 납부하는 보험료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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