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췄던 방미통위' 다시 뛰게 한 김종철 취임 10개월.. "정상화 그리고 진흥"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지난 15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 6개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지난 15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 6개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수많은 논란과 함께 탄생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가 오는 10월 출범 1주년을 맞는 가운데, 기관의 초대 수장인 김종철 위원장에 대한 여러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작년 12월 초대 방미통위 위원장으로 취임한 뒤 조직 정상화와 밀린 현안 처리에 우선순위를 두면서도, 기존 방송 규제 중심의 정책 틀을 미디어 산업 진흥과 이용자 보호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방미통위가 출범 전후로 상당 기간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만큼 김 위원장은 조직 정상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

실제로 방미통위는 위원회 구성이 완료되고 본격적인 전체회의가 시작된 이후 빠른 속도로 밀린 현안을 처리해 나갔다. 첫 번째 전체회의를 연 지난 4월 10일부터 두 달 만에 17차례의 전체회의를 열고 98개 안건을 처리해 지연됐던 사무를 빠르게 정상화했다.  

이 기간 방미통위는 지상파·유료방송 재허가를 비롯해 방송 3법 시행에 따른 시행령·규칙 제정, 공영방송 이사 추천단체 선정 등 제도 정비에 박차를 가했다. 방미통위가 재가동을 시작한 후 김종철 위원장 체제 하에서 어떤 성과,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알아본다.
 

'뉴미디어 시대' 방미통위 역할 고민 


김종철 위원장의 행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급변하는 미디어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적 틀을 새롭게 구축하고, 동시에 침체하는 방송시장을 진흥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도입한 것이다. 기존 방통위와는 다른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김 위원장은 취임 6개월 기자간담회에서 방송광고와 편성 규제 등 "낡고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가칭 '미디어발전위원회'를 설치해 통합미디어법과 방송·미디어 재원 구조를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방송·미디어·통신 분야의 진흥 기능을 담당할 '한국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 설립도 추진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는 기존의 사업자 제재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규제와 진흥을 함께 설계하겠다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특히, OTT와 플랫폼의 성장으로 방송과 통신, 미디어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미디어법과 미디어발전위원회를 통해 정책 체계를 다시 설계하겠다는 구상은 방미통위 출범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규제 일변도에서 진흥 중심으로


규제를 강조해 온 과거 방통위와 다르게 산업 진흥을 강조하는 방미통위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삼성전자를 직접 찾아 글로벌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TV) 시장 진출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플랫폼 사업자뿐 아니라 방송사, 채널 운영사, 콘텐츠 제작사, AI 기업 등 25명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어 국내 콘텐츠의 글로벌 유통 확대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FAST를 주목한 것은 단순한 신사업 발굴 차원을 넘어선다. 국내 방송업계는 제작비 상승과 시청률 하락, 광고시장 위축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콘텐츠가 해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글로벌 FAST 시장 선점'을 정책 과제로 제시한 것이다.

특히, 한국이 세계적인 스마트TV 제조 역량과 콘텐츠 제작 능력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두 산업을 연결해야 한다는 접근법을 내놓았다. 규제기관장이 산업 현장을 직접 찾아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기존 행보와 차별화된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제8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091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제8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09.1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SNS 규제는 사회적 합의 강조


이용자 보호 분야에서도 김 위원장은 규제 강도를 높이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5월 방미통위는 아동·청소년들의 SNS 과의존 문제를 놓고 학부모와 교사,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아동·청소년 역시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의 주체인 만큼 안전하게 SNS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청소년 SNS 과몰입 문제와 관련해 일방적인 계정 삭제나 이용 금지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맞춤형·단계적 규제와 보호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플랫폼 규제라는 민감한 현안에서 표현의 자유와 이용자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찾으려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 보호는 강화


규제 완화를 강조한다고 해서 소비자 보호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니다. 지난 23일 방미통위는 온라인 가입 과정에서 IPTV 단독상품 가입을 거부한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3개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4,900여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기술과 플랫폼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이용자 권익을 실제 행정조치로 보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방미통위는 지난 7월 통신사와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OTT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용자 보호 평가를 강화했다. 과징금·과태료·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에 대한 감점을 확대하고 실제 이용자 피해 사례를 평가에 적극 반영하도록 했다.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는 주관식 문항도 도입해 실제 피해 경험과 의견을 평가에 반영하도록 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법과 원칙 중시하는 행정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헌법학자 출신인 만큼 현행 방미통위는 철저한 법 준수를 최우선 가치로 둔다. 최근에는 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정족수 문제를 법제처 해석에 따라 정비했다.

방미통위는 지난 23일 회피 신청을 한 위원은 회의 개의 정족수에는 포함하되 의결 정족수에서는 제외하고, 회의 도중 퇴장한 위원은 양쪽 정족수에서 모두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법제처 해석이 법적 구속력은 없더라도 사실상의 구속력을 갖는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존중하는 것이 방미통위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안일수록 행정기관의 판단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법령 해석과 절차를 통해 위원회 운영의 기준을 명확히 하려는 모습으로 평가할 수 있다.
 

최대 관건, '박수 받는 방미통위' 가능할까


물론 김종철 위원장의 임기가 성공적이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특히,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취소 문제 등 정치적·법적으로 민감한 현안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위원회 내부의 의견 충돌도 나타나고 있다. 정족수 문제로 무산돼 오던 유진이엔티 청문 안건이 지난 28일 다행히 통과됐지만 향후 청문 결과와 관련 소송의 진행 상황에 따라 방미통위의 판단이 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그럼에도 취임 이후 현재까지의 행보를 종합하면 김 위원장은 방미통위를 새로운 기관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거의 방통위가 정치적 논쟁에 휩싸여 본연의 업무에 소홀했다면 김 위원장은 취임 후 밀린 현안을 처리하면서 조직을 정상화했고, 규제보다 진흥의 관점에서 방미통위의 역할을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다. FAST, OTT, AI, 플랫폼, 청소년 SNS 등 새로운 환경에 맞는 정책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다만, 방미통위가 긴 시간 정쟁의 한복판에 있었던 만큼 부정적 여론이 여전히 상당한 것도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성공적인 기관장이 되기 위해선 방미통위를 다수의 국민으로부터 박수 받는 기관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김 위원장이 헌법학자로서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침체하는 방송시장에 마중물을 만들어 내 사업자들로부터 인정 받고, 청소년·소비자·이용자 보호에도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칭찬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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