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IEA는 최근 발간한 '전기화 시대의 전력망 현대화(Modernising Grids in the Age of Electricity)'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과제로 송·배전망을 현대화하는 작업이 부상하고 있다고 짚었다. 전력 수요 증가와 발전원 변화에 따른 것이다.
IEA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 세계 전력 수요는 전체 에너지 수요보다 약 두 배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산업과 교통 등에서 전기화가 확산하는 데다 냉방 수요 증가, 데이터센터 확대 등이 전력 소비 증가를 이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흐름이 지속될 경우 2035년까지 전 세계 전력망 용량을 최소 30% 확대해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기존 설비 교체와 신규 건설 등을 위해 필요한 전력선은 약 2500만km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전력 생산설비 확충뿐 아니라 생산된 전기를 실제 수요처까지 보낼 망에 대한 투자가 병행되지 않으면 전력 공급 확대가 제약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력망 혼잡에 따른 비용도 커지고 있다. IEA에 따르면 2024년 미국에서 전력망 혼잡으로 발생한 비용은 약 120억 달러로 추산된다. 유럽연합(EU)에서도 같은 해 약 43억 유로의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IEA는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신규 전력망을 지속적으로 건설해야 하지만 모든 문제를 증설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대 전력 수요에 맞춰 혼잡이 발생하지 않을 수준으로 망을 건설하면 평상시에는 상당한 송전 용량이 사용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안으로는 기존 전력망의 실제 전송 능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전력 흐름을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기술이 제시됐다. 동적정격과 계통구성 최적화, 첨단 전력흐름 제어 등 '그리드 강화 기술'을 적용하면 새로운 대규모 전력망 건설 없이도 기존 인프라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IEA는 이들 기술을 활용할 경우 전 세계 기존 전력망에 최대 330GW 규모의 발전·저장설비와 신규 전력 수요를 추가로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프랑스와 한국의 발전설비 용량을 합친 수준이다. 같은 규모의 접속 여력을 전통적인 전력망 증설로 확보하려면 약 100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AI도 전력망 현대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적용 범위는 분야별로 차이를 보였다. IEA가 세계 송·배전망 운영기관 25곳을 조사한 결과 유지·보수 분야에서 AI를 폭넓게 활용한다는 응답은 70%였지만 실시간 계통운영에서 활용한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실시간 운영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직결되는 만큼 AI의 판단 과정에 대한 설명 가능성과 책임성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IEA는 "전력망이 발전설비와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에너지 전환과 전기화 속도까지 제약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력망 건설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디지털화와 그리드 강화 기술, AI 등을 활용해 이미 구축된 인프라의 효율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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