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시간은 열흘 남짓이다. 그런데 준비 상황을 들여다보면 ‘개문발차(開門發車)’라는 표현조차 부족하다. 법무부 장관이 없다. 공소청장도, 중수청장도 심지어 경찰청장도 공석이다.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을 지휘해야 할 핵심 4개 기관의 수장이 동시에 비어 있는 것이다.
‘운전기사’가 없는 상황에서 ‘바퀴’도 빠져있다. 정부가 확정한 중수청 정원은 2874명이다. 그런데 특례임용 최종 지원자는 1761명이다. 정원의 61%에 불과하다. 공소청에 비하면 중수청의 상황은 차라리 나은 편이다. 공소청은 검사 정원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차체’도 없다. 중수청 청사는 지금도 ‘공사 중’이다. 수사기관은 책상과 의자를 가져다 놓는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피의자와 참고인을 조사해야 한다. 증거물을 보관해야 한다. 수사기록을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중수청은 ‘임대 계약서’ 상에서만 존재한다.
‘엔진’이 제대로 돌아갈지도 의문이다. ‘누더기 형사소송법’에 대한 경고와 우려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중수청 스스로도 수사 지연, 고난도 중대범죄 대응, 형사절차 전자화 대응을 ‘3대 위협’으로 꼽았다. 이 중 수사 지연만 살펴보더라도 수사기관 간 ‘관할’ 문제조차 정리되지 않았다. 중수청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대상은 일부 겹친다. 중요 사건이 발생하면 어느 기관이 먼저 수사할지를 놓고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더 우려되는 것은 반대의 경우다. 민생 사건을 서로 다른 기관으로 떠넘기면 사건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그 사이 증거는 사라지고 공소시효는 만료된다. 이를 조정할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는 내년 2월 5일에야 운영된다. 협의회의 운영 방식과 인력 구성을 정할 대통령령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이 와중에 미제 사건은 이미 산더미처럼 쌓였다.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의 미제 사건은 16만5020건에 이른다. 지난해 말 9만6256건에서 불과 7개월 만에 71.4% 급증했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기준 전국 262개 경찰서에서 3개월 넘게 처리하지 못한 사건이 4만6793건이다. 더 기막힌 것은 검찰청 폐지 이후 경찰이 검찰에서 몇 건의 사건을 넘겨받을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에서는 강성 지지층을 겨낭한 ‘검찰개혁 선명성’ 경쟁만 난무하고 있다. 중수청장 후보자를 두고 야당도 아닌 여권 내부에서 나치 전범 ‘아돌프 하이히만’, ‘밀정’이란 말까지 나왔다. 심지어 친여권 성향의 한 검사장은 SNS를 통해 중수청장 후보자를 공개저격하고 있다. 이 검사장은 중수청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 여당 내에서 ‘검찰개혁 후퇴’라는 반발이 나오자 공소청 ‘사법통제부’의 간판을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다.
차에 타고 있는 사람은 국민이다. 모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뜻이다. 이쯤 되면 정부·여당은 다음 질문에 명확히 답해야 한다. 10월 2일 이후에도 정상적인 수사와 기소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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