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못 털었는데 유가마저…지방 건설사 '한숨'

  • 1~8월 종합건설업 폐업신고 565건, 전년 比 29.3% 늘어

  • 지방 준공 후 미분양 2만4708호, 국제유가 요동쳐 걱정 쑥

사진은 경기도 용인시 일원 반도체클러스터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지 못한 채 폐업을 걱정하는 지방 건설사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용인시 일원 반도체클러스터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에 지방 건설사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핵심지에 수요와 투자가 집중된 사이 지방은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제유가마저 재차 요동치면서 공사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8월 종합건설업 폐업 신고는 56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37건)보다 29.3% 늘었다. 8월 신고 88건 중 78건은 경기·인천을 포함한 서울 외 지역 건설사였다.

지방 건설사의 어려움을 키우는 요인으로는 미분양 문제가 꼽힌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지방 미분양주택은 4만8758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8961가구)보다 0.4%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일부 지역에선 오히려 크게 늘었다. 충남은 4289가구에서 9982가구로 132.7% 급증했고 부산 50.3%, 제주 32.9%, 대전 23.2%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대부분 지방에 몰렸다. 지난 7월 전국 2만9152가구 중 지방 비중은 84.8%(2만4708가구)에 달했다. 공사를 마치고도 주택이 팔리지 않으면 사업비 회수가 늦어져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들의 어려움은 재무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건설업 외감기업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비수도권 건설 외감기업 영업이익률은 2.7%로 수도권(3.9%)보다 낮다”며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기업 비중도 비수도권은 12.9%로 수도권(9.8%)을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서울을 벗어난 수도권 역시 미분양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인천은 4071가구로 전년 동월보다 134.4%, 경기는 1만4394가구로 36.9% 늘었다.

분양시장 부진 속 국제유가마저 다시금 요동치는 모양새다. 유가 상승은 자재 생산비와 운송비를 높여 건설사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과거 분석에서는 유가가 10% 오르면 국내 건설 공사비가 약 0.15%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 영향은 유가 상승 기간과 자재 가격 반영 정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지난 7월 6일 배럴당 71.99달러에서 지난 4일 96.28달러로 약 34% 올랐다. 같은 기간 두바이유도 64.1달러에서 101.91달러로 약 59%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자기자본에 여유가 있고 사업 다변화가 가능한 대형건설사와 달리 자본이 부족하고 지역 사업 비중이 높은 지방업체가 내·외부 충격에 더 취약하다고 우려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서울 등 핵심지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는 대형건설사와 달리 지역에 기반을 둔 지방 건설사들은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한 채 대출규제나 유가 상승 같은 외부적 충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서울 핵심지를 중심으로 마련한 정책이 자칫 지방의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다”며 “똑같은 잣대를 들이댈 게 아니라 지방 미분양주택을 매수하거나 이를 장기 임대하는 이들에겐 세제 혜택, 지방 건설사의 지역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관련 용적률 상향 등 상황에 맞춰 정책을 달리 적용하는 ‘투트랙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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