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 이식받은 남성, 9개월 투석 없이 생존

  • 돼지 신장이 인간 신장 이식까지 '가교' 역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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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을 이식받은 60대 남성이 271일 동안 투석 없이 생존한 뒤 인간 신장 이식에 성공했다. 돼지 신장이 인간 신장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가교’ 역할을 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뉴햄프셔주에 사는 66세 팀 앤드루스는 제2형 당뇨병으로 인한 말기 신장질환을 앓던 중 2025년 1월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을 이식받았다. 이후 271일 동안 투석을 받지 않고 생활하다 인간 신장을 이식받았다. 앤드루스가 인간 기증자의 신장을 5년 안에 받을 가능성은 9%에 불과했던 반면, 사망하거나 이식 대기자 명단에서 제외될 위험은 40% 이상이었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2025년 1월에 진행된 이식에는 돼지 ‘윌마’의 신장이 사용됐다. 연합뉴스 4일 보도에 따르면 이식된 돼지의 신장은 주요 이종항원(異種抗原)을 제거하고 돼지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를 비활성화했으며, 사람 유전자 7개를 삽입하도록 유전자가 편집됐다. 인간의 면역체계가 장기를 공격하는 것을 줄이고,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 등 돼지에서 유래한 병원체의 위험을 낮추기 위한 조치였다.

가디언은 이번 사례가 살아 있는 사람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한 뒤 투석 없이 생존한 기간으로는 가장 길다고 전했다. 이전에는 2024년 살아 있는 환자에게 처음 돼지 신장을 이식한 사례가 있었지만, 환자는 이식 52일 후 신장과 무관한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 이전 연구에서도 이종이식 장기가 2개월 이상 생존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앤드루스는 돼지 신장 이식에 대해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식 후 요리와 청소를 하고 반려견과 장거리 산책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식 약 6개월 후부터 돼지 신장 혈관에 손상이 나타났고, 결국 장기 기능이 떨어지면서 이식 9개월 만에 신장을 제거했다. 이후 앤드루스는 몇 달간 다시 투석을 받았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그 뒤 사망한 인간 기증자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았고, 이후 6개월간의 추적 관찰에서도 정상적으로 기능했다. 특히 돼지 신장 이식으로 인해 인간 조직을 공격하는 새로운 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인간 신장 이식을 방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 바이러스나 기타 돼지 유래 병원체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번 사례가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인간 신장을 장기간 기다려야 하는 환자가 돼지 신장을 먼저 이식받아 투석 없이 대기하다가 적합한 인간 신장이 나오면 교체하는 방식이 가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매스 제너럴 브리검 연구소의 레오나르도 리엘라 박사는 장기 부족을 이식 분야의 가장 큰 위기 가운데 하나로 꼽으며, 이종이식이 인간 신장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에게 ‘가교’ 역할을 우선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단 한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사례인 만큼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 개인의 특수성과 고도의 전문 치료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연구진은 돼지 신장을 인간 신장 이식의 가교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적인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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