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의 교육&시선] 가속화되는 대학 간 통페합, 제구포신(除舊布新)의 결단이 필요할 때

<교육&시선>은 무너져가는 공교육의 현장, 학령인구 감소, 요동치는 대입 제도 속에 초중등·고등교육의 이슈를 진단하고, 당면한 교육 현안·과제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짚어봅니다. 또 한편으론 지속 가능한 대안을 탐색합니다. 때로는 우리 사회에 대한 냉철하지만 따뜻한 시선도 담겠습니다.
충남대학교와 국립공주대학교 총장과 통합준비위원회는 14일 오후 세종공동캠퍼스 학술문화지원센터에서 그간의 협의 결과를 담은 중간 발표회를 가졌다 사진충남대
충남대학교와 국립공주대학교 총장과 통합준비위원회는 14일 오후 세종공동캠퍼스 학술문화지원센터에서 그간의 협의 결과를 담은 중간 발표회를 가졌다. [사진=충남대]
지방대학의 위기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파도처럼 다가오고 있다. 학령인구 급감은 폐교 위기로 직결되며, 대학의 존립은 개별 사학이나 특정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지역 전체의 생존 과제가 됐다. 최근 활발히 논의되는 국립대학 간 통폐합 역시 지역 공공교육의 보루를 지키기 위한 처절한 자구책이다. 그러나 위기 극복의 당위성을 들고 출발한 통합의 여정은 곳곳에서 거센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대학가의 최대 화두 중 하나인 충북대학교와 국립한국교통대학교의 통합 추진 과정은 이러한 현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양 대학은 대학구조개혁과 글로컬대학30 사업 추진을 위해 통합에 전격 합의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교명 제정, 유사·중복 학과 재편, 대학본부 및 핵심 기능 배치 등 세부 과제로 들어서자마자 교수·교직원·학생 등 구성원 간 첨예한 갈등과 대립에 직면했다.

이는 비단 충북대·국립한국교통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전·충남의 충남대학교와 국립공주대학교는 교명 확정과 본부 분산 배치라는 난제를 양보로 풀어내며 모범적 첫발을 뗐지만, 전남 지역의 국립목포대학교와 국립순천대학교는 의대 유치와 부속병원 위치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 끝에 협상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기득권의 집착과 ‘집단 이기주의’라는 모래성
​​​​​​​이들 사례에서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은 무엇일까? 바로 단순한 외형적 묶음인 ‘물리적 결합’을 넘어, 마음과 비전을 합치는 ‘화학적 통합’을 이뤄냈는가에 있다. 고사성어에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 했다. 같은 침대에 누워 서로 다른 꿈을 꾸듯, 겉으로는 지방대 생존과 지역 발전이라는 명분을 내걸면서도 속으로는 ‘우리가 손해 보는 것 아니냐’는 피해의식이나 ‘내 기득권과 주도권 지키기’에 몰두한다면 그 어떤 통합도 모래성에 불과하다.

국립목포대와 국립순천대의 협상 결렬은 지역의 36년 숙원이었던 전남 국립의대 신설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린 뼈아픈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대학의 울타리와 지자체 간 밥그릇 싸움인 ‘지역 이기주의’에 갇혀 미래의 거대한 실익을 차버린 셈이다.

더 나아가 충북대·국립한국교통대 사례에서 드러나듯, 통합의 진짜 문턱은 법적인 합의 이후에 시작된다. 직급과 신분 보장을 둘러싼 교직원 간 갈등, 학과 통합 및 캠퍼스 이전에 따른 교수·학생 간의 이해관계 대립 등 ‘구성원 간 이기주의’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통합은 허울뿐인 진통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반면 충남대와 국립공주대가 보여준 양보와 분산 전략은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상생의 교두보가 마련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소통과 양보의 거버넌스, 화학적 결합의 핵심 조건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대학 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 통폐합이 단순한 세력 불리기를 넘어 진정한 결실을 맺으려면 다음의 요건들이 반드시 충족돼야 한다.

우선 ‘구성원 간 이기주의를 뛰어넘는 진정성 있는 소통과 심리적 통합’이 가장 중요하다. 대학 명칭이나 본부 위치 합의는 서막에 불과하다. 학과 재편, 직원 조직 통합, 학생 학적 승계 등 실질적 이해관계가 얽힌 과제에서 각 직역·소속 간 이기주의를 내려놓지 않는다면 갈등은 언제든 재발한다.

‘지역 맞춤형 캠퍼스 특성화 비전 제시’도 빼놓을 수 없다. 한 캠퍼스는 연구중심, 다른 캠퍼스는 산학협력이나 특화 학문 중심으로 기능을 명확히 분담하고, 양 대학 구성원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화학적 수긍이 이뤄져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지역 이기주의 타파와 협력의 틀 구축’ 역시 불가결한 요소다. 대학 통합을 특정 지자체의 손익계산서로 접근하는 시야를 버려야 한다. 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되는 순간 대학도, 지역도 공멸을 피할 수 없다.
‘더 큰 하나’ 위한 양보와 협력의 지혜 발휘돼야
​​​​​​​춘추전국시대 노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좌전》에는 ‘제구포신(除舊布新)’이라는 말이 나온다. ‘묵은 것을 버리고 새것을 펼쳐낸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 대학들과 지역사회에 절실한 덕목이다.

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도도한 흐름 속에서 기존의 기득권, 소속감에 집착하는 직역 이기주의, 그리고 지역 이기주의라는 묵은 허물을 벗어던지지 않는다면 결코 새로운 미래를 맞이할 수 없다. 대학 통합은 목적지가 아닌 구조개혁과 혁신의 출발점이다.

생존을 위한 대학 간 결합이 단순한 외형 부풀리기에 그치지 않고, 지역과 청년의 미래를 밝히는 참된 교육 혁신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대학 당국과 교직원·학생, 지자체 모두가 이기주의의 시야에서 벗어나 ‘더 큰 하나’를 향한 뼈를 깎는 양보와 협력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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