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머니무브'에 예금 1000조 시대 초읽기…은행권 조달비용 골머리

  • 안전자산 선호에 이달 들어 14조원↑

  • 요구불예금은 감소…은행 조달비용 부담 우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 [사진=연합뉴스]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10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증시가 급등락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예금 금리까지 오르면서 투자처를 찾던 시중 자금이 다시 은행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이달 13일 기준 999조23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984조9399억원에 비해 약 2주 만에 14조2927억원 늘어났다.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속도도 빠르다. 5대 은행 정기예금은 지난 5월 7조5327억원, 6월 4조6837억원 늘어난 데 이어 7월에는 증가 폭이 35조5401억원으로 커졌다. 현재 증가 추세가 이어진다면 1000조원 돌파도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언제든 인출할 수 있어 투자 대기성 자금 성격이 강한 요구불예금은 감소세다. 5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13일 기준 665조4398억원으로 지난달 말 665조8879억원보다 4481억원 줄었다. 

은행권에서는 최근의 자금 이동을 금리와 증시 상황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고 있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공격적으로 투자하기보다 일단 예금에 돈을 넣어두려는 수요가 늘어난 데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다시 3%대로 올라선 점도 자금 유입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금리가 낮은 요구불예금 비중이 줄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 비중이 커지면 은행이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지급해야 하는 이자도 늘어난다. 최근 5대 은행의 1년 만기 주요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3.2~3.3% 수준까지 높아졌다.

조달비용 상승은 수신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등에 기준으로 활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국내 주요 은행의 자금 조달비용을 토대로 산출된다. 예·적금과 금융채 등 금리가 반영되는 구조여서 은행의 자금 조달비용이 높아지면 코픽스에도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이 늘어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느냐"라며 "가계대출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금리 예금이 빠르게 증가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자금 운용과 수익성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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