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버팀목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전국 어음부도율은 0.32%로 지난해 5월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0.04%)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8배 가까이 치솟은 수치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현금 흐름 악화와 금융비용 증가를 견디지 못하고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위험신호다.
최근까지 이어진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불안, 내수 침체가 겹치면서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대기업은 자체 자금 조달 능력과 신용도를 바탕으로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다르다.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은 이들은 기준금리 인상과 가산금리 확대의 영향을 고스란히 떠안아야만 한다. 이러한 충격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훨씬 치명적이다. 대기업은 자체 자금 조달 능력과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위기를 견딜 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대부분 은행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이자 부담은 커지는데 매출은 제자리이거나 감소하고, 영업이익보다 금융비용이 더 커지는 기업들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달 7∼15일 대출 보유 소기업·소상공인 및 중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비용 부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26.4%가 현재 채무가 부담된다고 답했다. ‘매우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 6.2%, ‘다소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 20.2%로 나타났다.
특히 소기업·소상공인의 28.1%가 채무부담을 느낀다고 답해 중기업(21.1%)보다 7.0%포인트 높았다. 매출액이 낮을수록 금융비용 부담에 취약했다. 최근 1년 이내 원리금 상환 연체 여부를 묻는 질문에 실제 ‘연체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8%였으나 ‘연체경험은 없었으나 연체 위기는 있었다’는 응답은 20.0%에 달했다. 조사 대상 5곳 중 1곳은 실제 연체로 이어지지는 않았더라도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위기가 개별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비용 증가는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축소로 이어지고, 협력업체 대금 지급 지연과 거래처의 연쇄 부실을 불러온다. 중소기업 한 곳의 부도는 지역경제와 협력업체, 금융권까지 영향을 미치는 연쇄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음부도율 급등은 기업 신용위험이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행지표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문제는 자금을 빌릴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금융기관은 우량 차주 중심으로 대출을 운용할 수밖에 없고, 담보와 신용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필요한 시기에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결국 경쟁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때문에 문을 닫는 기업이 늘어난다면 이는 기업만의 손실이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의 손실이다.
그런 점에서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이 정상적인 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책금융과 보증을 보다 신속하고 촘촘하게 공급해 안전판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이 높은 금융비용 때문에 투자와 고용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맞춤형 금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우리 경제의 모세혈관이다. 이들이 흔들리면 고용과 소비,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 경제의 기반까지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어음부도율 급등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현장의 절박한 현실을 보여주는 구조적 경고다. 위기가 본격화된 뒤 사후 처방에 나설 것이 아니라 지금 선제적인 금융 안정 대책과 실효성 있는 지원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경제의 회복은 대기업의 실적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존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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