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의 이름이 뙤약볕 아래 공원에 울려 퍼지자, 수천 명이 그를 대신해 대답했다.
"부라다!" 여기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이름이 불렸고, 또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253번 반복됐다. 2016년 7월 15일 밤, 군부 일부 세력이 국가를 장악하려 하자 총구 앞으로 걸어 나가 이를 막다 숨진 희생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이었다. 외국인 귀에는 영어 단어 '브라더'처럼 들리는 소리였다. 기자는 한동안 군중이 죽은 이들을 형제라 부르는 줄로만 알았다. 옆자리의 튀르키예 정부 관계자가 바로잡아 주었다. 부라다는 '여기'라는 뜻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튀르키예에서는 순국자의 이름이 호명되면 산 자들이 대신 대답한다. 죽은 이들은 떠난 것이 아니다. 지금도 이 자리에 함께 있다는 뜻이다.
숨진 이들이 지금도 나라를 지키고 있다는 이 믿음은 15일 앙카라 도심의 대형 공원 바쉬켄트 밀레트 바흐체시에서 열린 쿠데타 실패 10주기 기념식을 관통하는 정서였다. 튀르키예 정부는 이날을 '7월 15일 민주주의와 국민 통합의 날'로 지정했으며, 올해 행사는 '의지도 우리의 것, 승리도 우리의 것'이라는 주제로 치러졌다.
이날 행사장이 이곳으로 정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옛 경마장 부지에 2023년 문을 연 이 공원은 쿠데타 당일 밤 탱크와 헬기, F-16 전투기의 공격을 받은 앙카라 경찰청 건물 바로 맞은편에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연단에서 그 건물을 가리켰다.
"바로 우리 맞은편의 앙카라 경찰청 건물이 탱크와 헬기, F-16의 표적이 됐습니다. 이 공격으로 경찰관 7명과 민간인 6명, 모두 13명의 영웅이 앙카라 경찰청 앞에서 순국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날 밤 앙카라에서만 149명이 숨지고 1508명이 다쳤다고 그는 말했다.
기념식은 7월의 강한 햇살 아래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공원 정문을 지나 잔디밭을 가로질러 아스팔트가 깔린 너른 공터에 모였다. 지열이 눈에 보일 만큼 올라오는 자리였다. 수천 명의 군중은 세대를 아울렀다. 그날 밤을 몸으로 겪은 노인들, 아이를 목말 태운 부모들, 그리고 2016년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아이들이 한목소리로 "부라다"를 외쳤다. 겪어 본 적 없는 그날 밤의 희생자들을 대신해 답한 것이다. 연단 자체가 하나의 역사 교실이었다. 한쪽에는 역사 속 16개 튀르크 국가의 깃발을 든 군인들이, 다른 쪽에는 오스만 예니체리 복장의 근위병들이 도열했다. 연단에서 30미터가량 떨어진 좌석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육안으로 살필 수 있는 거리였지만, 군중은 한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멀리까지 이어졌다. 그 너른 공터를 하나로 묶은 것은 소리였다.
호명이 끝나자 기도가 이어졌다. 대통령궁 단지 내 베쉬테페 밀레트 모스크의 이맘 타이이프 호쉬가 이슬람권 어디서나 모스크 확성기로 듣던 그 선율로 쿠란을 낭송했다. 이어 튀르키예 종교청장 사피 아르파구쉬가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이끌었다. 수천 명이 손바닥을 하늘로 향한 채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이슬람의 간구 자세다.
그리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연설에 나섰다. 국가원수의 연설이라기보다 죽은 이들이 남긴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사람에 가까웠다.
그는 맞은편 경찰청 앞에서 숨진 경찰관 바롤 토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내가 가끔 물었답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으냐고. 우리의 순국자는 함자 성인처럼 아내에게 답했습니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고."
그날 밤 무엇이 기다리는지 알면서 집을 나선 외메르 이펙의 이야기도 이어졌다. "그날 밤 집을 나서며 누나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나라를 물려주고 싶다고. 아버지에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순국하러 갑니다. 제 아이들을 부탁드립니다."
29살에 숨진 볼칸 자뇌즈, 26살에 숨진 경찰관의 아들 무함메드 오우즈 클른치의 이야기도 나왔다. "253명의 순국자와 2737명의 부상 용사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그날 밤의 기억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이를 하나하나 다 이야기하려 들면, 정말이지 우리 가슴이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의 밤을 한 세기 전 독립전쟁 정신의 부활로, 쿠데타 세력을 외세의 도구로 규정했다. "그날 밤 제국주의에 부역하는 하샤신 무리에 맞서 우리는 한 세기 전과 똑같이 말했습니다"라며 국민 시인 메흐메트 아키프 에르소이의 시구를 낭송했다. "나는 태초부터 자유롭게 살아왔고 자유롭게 살리라. 어떤 미치광이가 나를 사슬로 묶겠다는 것인가."
쿠데타 세력을 향해서는 가장 거친 언어를 아끼지 않았다. 역사 속에서 나라를 배신한 자들을 "만쿠르트의 무리"라 불렀다. 기억과 정체성을 빼앗긴 노예를 가리키는 중앙아시아 문학 속 형상이다. "세속의 이익을 위해 제 나라와 국민의 등에 비수를 꽂은 매국노들입니다."
연설은 현재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연단에서 인사를 건넨 민족주의행동당 대표 데블레트 바흐첼리와의 집권 연합, 이른바 국민동맹의 결속이 쿠데타 재발을 막아 왔다고 강조했다. "신의 가호 아래 국민동맹이 굳건한 한 튀르키예는 다시는 암흑기를 겪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이 국민이 깨어 있고, 서로 단단히 결속하며, 통합과 연대를 지켜 내는 한, 그 누구도 이 국민의 의지에 사슬을 채울 수 없습니다."
쿠데타 이후 10년은 대규모 숙청의 시간이기도 했다. 귈렌 조직 연루 혐의로 군인과 경찰, 판사, 교사 수만 명이 해직되거나 수감됐고, 대통령 권력은 크게 집중됐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날 공원에는 그 그림자가 닿지 않았다. 소설가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에서 광주를 쓰게 한 질문을 이렇게 옮긴 바 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이날 앙카라의 아스팔트 공터는 그 질문에 하나의 답을 내놓고 있었다. 죽은 이들을 이름으로 불러내고, 산 자들이 그들을 대신해 대답하는 것. 이 나라에서 죽은 자는 그렇게 산 자를 지킨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의 밤에서 끌어온 경고로 연설을 맺었다. 이스탄불 파티흐 술탄 메흐메트 대교에서 군인들과 맞섰던 한 시민의 말을 인용했다. "사람은 한 번 죽습니다. 그러나 사내답게 죽습니다. 우리 국가는 어떤 위협도 제거할 힘이 있으며, 고개를 들려는 배신자들의 머리를 짓밟을 힘이 있습니다. 모두가 이에 맞춰 셈을 하고 장부를 적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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