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는 16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대회 준결승전에서 격돌한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1966년 자국 대회 이후 60년 만의 우승을 노린다. 2022년 카타르 대회 정상에 선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는 1962년 브라질 대회 이후 64년 만의 월드컵 2연패에 도전한다.
두 팀의 맞대결에는 우승 경쟁 이상의 역사적 배경이 얽혀 있다. 양국의 갈등은 1982년 영유권 분쟁으로 빚어진 '포클랜드 전쟁(말비나스 전쟁)'에서 시작됐다. 약 2개월간 이어진 전쟁이 영국의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아르헨티나 내에는 반영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이후 축구장으로 옮겨온 양국의 감정싸움은 굵직한 월드컵 축구사에 남겨져 있다. 포클랜드 전쟁 패전 4년 뒤 열린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는 아르헨티나의 고(故) 디에고 마라도나가 손으로 선제골을 넣는 이른바 '신의 손' 사건이 발생했다. 불과 4분 뒤 마라도나는 60m가 넘는 거리를 홀로 드리블해 잉글랜드 선수 6명을 제치고 세기의 골까지 터뜨리며 조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아르헨티나는 이 기세를 몰아 대회 우승까지 차지했다.
명백한 반칙이었음에도 첫 골의 득점이 인정된 것에 대해 마라도나는 경기 후 "내 손이 아니라 신의 손이 한 일"이라고 말했다. 훗날 이 핸드볼 반칙을 인정한 그는 "마치 영국인의 지갑을 훔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회상해 잉글랜드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훗날 공개된 다큐멘터리와 동료 토니 아담스의 증언 등에 따르면 베컴은 라커룸에 들어와 자책감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이후 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아버지 품에 안겨 아이처럼 오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회 직후 베컴은 자국 언론과 팬들로부터 '10명의 사자와 1명의 바보'라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길거리에서는 그의 등번호가 적힌 인형의 화형식이 열렸고 살해 협박까지 이어지는 등 극심한 후폭풍에 시달렸다. 혹독한 시간을 감내한 베컴은 4년 뒤인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페널티킥 결승골을 터뜨리며 설욕에 성공했다.
경기를 앞두고 유니폼 색상에 얽힌 징크스도 눈길을 끈다. 잉글랜드는 상하의 모두 흰색인 전통의 홈 유니폼을 입는 반면 아르헨티나는 고유의 하늘색·흰색 줄무늬 대신 짙은 남색 원정 유니폼 상의와 검은색 하의를 착용한다.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 6경기 중 5경기에서 홈 유니폼을 착용했다. 토너먼트에서 원정 유니폼을 입는 건 처음이다. FIFA 규정에 따르면 양 팀은 기본적으로 홈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하지만 색상이 비슷할 경우 한 팀이 원정 유니폼을 착용한다. 다만 아르헨티나는 잉글랜드전을 앞두고 자발적으로 FIFA에 유니폼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기분 좋은 징크스를 고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잉글랜드와 역대 14차례 A매치 맞대결에서 3승 5무 6패로 열세다. 그런데 승리한 3경기 중 월드컵 2경기(1986년 8강·1998년 16강)에서 남색 원정 유니폼을 입었다. 반면 홈 유니폼을 입고 나섰던 두 차례의 월드컵(1966년 8강·2002년 조별리그)에서는 모두 잉글랜드에 무릎을 꿇었다. 영국 BBC 역시 "남색 유니폼이 1986년과 1998년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를 상대로 챙긴 역사적인 승리의 기억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잉글랜드는 나란히 대회 6골 1도움씩을 올린 주포 해리 케인과 핵심 미드필더 주드 벨링엄의 활약이 기대된다. 여기에 더해 3도움씩을 기록 중인 앤서니 고든과 부카요 사카 등 측면 공격 자원들이 대회 내내 불안감을 노출한 아르헨티나의 수비진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는 아르헨티나의 중심에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있다. 1987년생인 메시는 불혹이 가까운 나이에도 이번 대회서 최정상급 기량을 과시 중이다. 대회 6경기에서 8골 2도움을 기록하는 등 모든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쌓았다. 지난 8강 스위스전(3대 1 승)에서 결승골을 기록한 훌리안 알바레스와 대회 2골 1도움을 마크한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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