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부는 14일 서울 여의도 SK증권빌딩에서 'AI 시대의 기업 투자와 노동의 미래'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 차원에서 AI와 관련한 초과이익을 논의한 것은 전날 고용노동부의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반도체 호황기의 이익을 초과 이익으로 규정해 배분하기보다는 미래 투자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제발제를 통해 "측정이 어렵고 실체가 불분명한 사회통념적 정의로 초과이익을 결정할 경우 시장 기반의 분배가 아닌 교섭력 기반 분배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반도체 업계는 국가안보차원에서의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의 국가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안 교수의 주장이다. 변동성이 크고 투자 실패 위험성이 큰 만큼 기업의 초과 이익은 미래 수익을 위한 재투자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어 "향후 반도체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할 경우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보조금을 지급받지 않은 기업들의 초과이익에 대한 배분을 사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노동법제가 AI 시대에 맞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동욱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노동법제는 대량생산 체제를 전제로 설계된 20세기적 틀에 머물러 있다"며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근로자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노동법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는 반도체와 AI 산업이 기술 주기가 극단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미세공정 전환, HBM 세대교체, AI 가속기 아키텍처 변화가 1~2년 주기로 발생하는 만큼 인력의 숙련 구성도 빠르게 변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경직된 노동법제로 인해 기업과 법의 간극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다.
또 "경영성과급 문제를 단순히 교섭 사항의 문제로 접근할지, 기업이 만드는 사회적 부가가치를 누구에게 분배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유연한 인력운용을 지원하면서 재교육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유연안정성 모델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재투자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준 산업연구원 전략산업연구센터장은 "메모리반도체의 이윤은 제조업 최고 수준의 리스크를 감수한 대가"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과거 글로벌 치킨게임 과정에서 현금 완충재를 바탕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또 "미국과의 반도체 치킨게임이 다가오는 만큼 기술뿐만 아니라 재무, 투자, 생산 역량을 결집한 '초격차 산업 경쟁력이 필요하다"며 "정책의 핵심은 호황기에 발생한 이윤이 지속적압도적인 경쟁력을 위한 전략적 투자로 연결되도록 유인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다만 노동계에서는 반도체 이익과 추가세수를 협력업체 등에 배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겨례 민주노총 청년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반도체 대기업이 누리는 천문학적인 초과이윤은 단순히 일부 기업만의 노력으로 빚어진 성과가 아니다"라며 "수많은 공급망 내 하청·협력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헌신과 노동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반도체기업의 초과이윤은 공급망 내 협력업체에 대한 적정규모의 이윤보장과 함께 협력업체 및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쓰여야 한다"며 "단기 일자리가 아닌 청년들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공공·사회적 일자리의 재원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세계 경제의 판이 바뀌는 AI 혁명의 한가운데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은 무엇을 투자해야 하는가, 노동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노사관계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등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며 "노동의 미래에 대해서는 양보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시대 노사문화는 '누가 더 많이 가져갈 것인가'를 경쟁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함께 더 크게 성장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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