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이심戰심] 수주잔고 100조 시대…K-방산의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 글로벌 방산 시장 우방국 중심 재편

  • 시장 다변화 ·M&A로 돌파구 찾아야

사진챗GPT
[사진=챗GPT]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을 깨고 다시 전면전에 돌입하면서 각국의 군비 경쟁이 한층 격화하는 분위기다. 수주 잔고 100조 원 시대를 맞은 K-방산업계의 추가 계약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글로벌 방산 시장이 우방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수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전날(현지시각)까지 이란의 레이더와 미사일, 해군 시설 등을 타격하며 사흘 연속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7일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지 불과 20여 일 만이다. 통행이 재개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봉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정세 불안이 이어지면서 세계 각국은 무기 도입과 군 현대화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최근 폴란드로부터 패트리엇 방공체계용 PAC-3 MSE 요격미사일 5발을 이전받았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에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긴급 지원을 요청한 데 따른 조치다.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서도 군 현대화 사업이 잇따르며 글로벌 방산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재개된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장기화하면서 무기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이 같은 재무장 기조는 K-방산에 우호적이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글로벌 안보 불안 속에서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주 창고를 넓혀왔다.

국내 주요 방산 4사의 연결 기준 1분기 수주잔고는 100조 원에 육박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분기까지 지상방산 부문 누적 수주잔고 39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6조5532억원,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25조3100억원, 현대로템 방산 부문은 10조1021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앞으로의 시장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글로벌 대형 방산 사업에서는 미국과 유럽 업체들의 견제가 거세지면서 K-방산이 고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달 초 발표된 최대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에선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화오션은 2032년 첫 잠수함 인도를 제안하는 등 빠른 납기와 현지 경제 기여를 내세웠지만 독일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루마니아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사업에서 독일 라인메탈에 밀렸다.

국내에선 지난 4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핀란드 국방부와 5억4600만유로(약 9400억원)규모의 K9 자주포 112문 공급계약을 체결한 걸 제외하곤 굵직한 실적이 부족한 상황이다. 유럽연합(EU)이 역내 무기체계 구매와 공동 생산을 강조하면서 한국 업체의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주요 방산 시장에서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초기 한국산 천궁-Ⅱ를 도입해 관심을 모았던 아랍에미리트(UAE)는 최근 튀르키예를 통해 러시아산 방공망인 S-400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밀리터리워치 등 외신에 따르면 UAE 국방부는 러시아·튀르키예와 3자 합의를 맺고 S-400 4개 대대 물량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UAE의 이번 인수는 천궁-Ⅱ를 대체하기보다는 다층 방어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란 해석도 나온다.

국내 방산업계는 이에 대응해 시장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우방국 블록화가 심화하면서 새로운 수출 시장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핵심 시장인 유럽과 중동을 넘어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내 방산업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한 현지 생산과 기술 협력을 넘어 해외 방산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글로벌 파트너십을 다져나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준곤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교수는 "그동안 K-방산은 가격 경쟁력과 빠른 납기, 현지 생산 등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해왔지만 이런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유럽과 미국 방산업체들이 상호 협력을 통해 기술과 제품군을 확대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만큼 국내 업체들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인수·합병(M&A)를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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