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모두가 웃는 시장일수록, 리스크를 준비해야 한다

 
사진신동근 기자
[사진=신동근 기자]

주식시장이 뜨겁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종목들이 연일 신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코스피도 역사적 고점을 경신하는 흐름을 이어가면서 증권가에서는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도 어렵지 않게 들린다.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거둔 투자자의 이야기가 빠르게 퍼지고, 뒤늦게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도 늘어난다. 하지만 시장이 가장 낙관적일 때야말로 투자자들이 한번쯤 위험을 점검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개인들의 재무 상황은 오히려 녹록지 않다.
 
23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개인회생 신청은 3만995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5325건)보다 13.1% 증가했다.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개인파산 신청도 1만434건으로 2021년 이후 가장 많았다.
 
물론 생활고와 경기 둔화, 고금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무리한 투자와 '빚투'가 개인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여윳돈이 충분하지 않은 투자자일수록 한 번의 급격한 변동을 견디기 어렵다. 상승장에서는 대출이 자산을 키우는 수단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삶 전체를 흔드는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두고 "도박판에서는 결국 '뽀찌(수수료)' 뜯는 사람이 제일 돈을 번다"고 비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표현은 거칠었지만 의미는 분명했다. 투자자는 더 큰 수익을 기대하며 하루에도 여러 차례 매매를 반복하지만 거래가 잦아질수록 가장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는 곳은 결국 수수료를 받는 금융회사다.
 
레버리지 상품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다면 좋은 투자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최근 시장에서는 투자와 투기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기간에 큰 수익을 올린 사례가 화제가 될수록 '나만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포모는 커진다. 결국 더 높은 수익을 좇아 레버리지와 신용거래에 뛰어드는 투자자도 늘어난다.
 
상승장에서는 자신의 투자 판단이 모두 옳았다고 믿기 쉽다. 수익은 실력으로 받아들이고 위험은 과소평가한다. 하지만 증시는 이런 장면을 반복해왔다. 하락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찾아온다. 그때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자들이다.
 
주식은 원금이 보장되는 금융상품이 아니다. 신용융자나 미수거래를 활용했다면 손실은 투자금에서 끝나지 않는다. 반대매매와 추가 증거금 부담은 순식간에 자산을 무너뜨릴 수 있다. 한 번의 잘못된 판단이 몇 년 동안 모은 자산을 잃게 만드는 것은 물론 빚까지 떠안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금 시장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국내 증시는 기업 실적 개선과 정책 기대감, AI 산업 성장 등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좋은 시장일수록 투자 기회도 많다. 다만 좋은 시장이 무리한 투자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낙관적인 전망이 위험관리의 필요성을 없애주는 것도 아니다.
 
큰 손실은 수익보다 회복하는 데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50%를 잃으면 원래 자산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100%의 수익이 필요하다. 단순한 계산이지만 손실 관리가 중요한 이유를 잘 보여준다.
 
그래서 지금은 낙관과 경계를 함께 가져갈 때다.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더라도 언제든 예상치 못한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감당 범위를 넘어서는 레버리지를 피하고, 빚을 내 투자하는 일은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충분한 현금과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관리하는 기본 원칙은 시장이 좋을수록 더 중요해진다.
 
시장은 앞으로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할 것이다. 지금의 상승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시장이 가장 뜨거울 때일수록 위험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오래 시장에 남아 있는 투자자가 더 많은 기회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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