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천스닥' 굴레 못벗는 코스닥, 어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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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마침내 9000선을 돌파했다. 한국 증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대형주 랠리가 이어지면서 '만스피' 전망까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날 코스닥은 1000선 턱걸이에 그쳤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코스닥은 오히려 3% 넘게 하락했다. 한국 자본시장의 양극화가 극명하게 드러난 장면이다.

코스닥 부진을 단순히 업황이나 수급 문제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시장 참여자들이 코스닥에 대해 근본적인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 지수인 코스닥150만 봐도 문제는 명확하다. 구성 종목 150개 가운데 40개 기업이 올해 1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적자 기업 비중이 3분의 1에 달한다. 코스닥을 대표하는 지수의 상당 부분이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들로 채워져 있는 셈이다.

물론 혁신 기업의 적자는 성장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바이오와 첨단기술 기업은 연구개발 투자 때문에 수년간 적자를 감수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코스닥이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만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시장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에 대한 기대가 꺾이는 순간 주가도 급격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코스닥 시장은 오랜 기간 투자자들의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잦은 자금 조달, 물적분할 논란, 부족한 주주환원 정책, 빈번한 공시 위반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20년 동안 코스닥 시가총액은 크게 늘었지만 지수 상승률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기업은 커졌지만 투자자는 그 성과를 충분히 공유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기관투자가들이 코스닥을 외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기금과 해외 투자자들은 성장성보다 지속 가능한 수익성과 지배구조를 중요하게 본다. 대표 지수의 상당 부분이 적자 기업으로 구성된 시장에 대규모 자금을 장기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코스닥을 대거 순매수했던 연기금은 올해 들어 순매도로 돌아섰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 조성과 코스닥 승강제 도입을 통해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자금 공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신뢰가 부족한 시장에 유동성만 투입하면 단기적인 주가 부양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코스닥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질적 혁신이다. 상장사들의 수익성과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평가하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공시 위반에 대한 엄정한 제재와 함께 투자자 보호 장치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코스닥150 역시 단순히 시가총액과 거래대금만이 아니라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을 일정 부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을 검토할 만하다.

미국 나스닥이 세계 최고의 혁신 시장이 된 것은 기술기업이 많아서가 아니다. 성장성과 함께 시장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기업이 성장하면 그 과실이 결국 주주에게 돌아온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코스피 9000 시대는 한국 자본시장의 성장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그러나 코스닥이 여전히 1000선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또 다른 현실을 말해준다. 혁신 기업의 성장 무대가 돼야 할 코스닥이 신뢰의 벽을 넘지 못한다면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도 반쪽짜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코스닥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돈이 아니다.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믿음이다. '천스닥'의 굴레를 벗어나는 출발점도 결국 그 신뢰 회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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