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코스피 9000 시대, 축배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했다 지난달 8000포인트에 도달한 지 약 한달 만이다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했다. 지난달 8000포인트에 도달한 지 약 한달 만이다.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 코스피가 18일 장중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했다. 올해 초 430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불과 반년 만에 두 배 이상 상승하며 세계 금융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8000선을 넘어선 이후 불과 몇주 만에 9000선까지 올라섰다는 점에서 이번 기록은 더욱 상징적이다.
 
무엇보다 이번 상승은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상승장을 이끈 주역은 단연 반도체였다. SK하이닉스는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고 삼성전자 역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 혁명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 최고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자금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중국의 추격과 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던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AI 시대가 열리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AI 기업들이 한국 반도체에 의존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대한민국은 AI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부상했다. 코스피 9000은 시장이 한국 산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록적인 상승 이면에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경고 신호도 존재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상승장의 상당 부분은 반도체 대형주가 주도했다. 반면 상당수 종목은 오히려 하락했고 코스닥 시장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올해 코스피가 100% 넘게 상승하는 동안 코스닥 상승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모든 기업이 함께 성장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변동성도 우려된다. 최근 코스피는 하루 사이 8% 이상 급등락하는 모습을 반복했고 사이드카 발동 횟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근접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VKOSPI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동시에 불안정성도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증시는 기대를 반영하지만 결국 실적으로 평가받는다. 기업의 이익과 국가 경제의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승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일본의 자산 버블과 미국의 닷컴 버블은 모두 시장의 기대가 현실을 앞질렀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 역시 냉정해야 한다. 증시 상승을 단기적인 정책 성과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일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가치 제고, 자본시장 선진화, 회계 투명성 강화 등 기본 원칙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들도 주가 상승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AI 반도체와 차세대 메모리, 로봇, 바이오, 데이터센터 등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기술 혁신을 지속해야 한다. 오늘의 주가는 과거 성과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이기 때문이다.
 
코스피 9000은 분명 자랑스러운 기록이다. 하지만 그것은 완성이 아니라 출발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진정한 선진 자본시장으로 도약하려면 반도체 몇 종목에 의존하는 시장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과열과 쏠림, 변동성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을 열어갈 때 비로소 코스피 9000의 의미도 더욱 빛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