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AI가 여는 신약개발 혁명, K-바이오 도약의 기회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챗GPT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챗GPT]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의 질서를 바꾸고 있는 가운데 제약·바이오 산업 역시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과거 신약 개발은 막대한 자본과 오랜 시간이 필요한 ‘확률 게임’에 가까웠다. 후보물질 하나를 발굴해 시장에 내놓기까지 평균 10~15년이 걸리고 수조 원의 비용이 투입된다. 성공 확률은 1만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AI는 이 오랜 공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이 실험실 중심의 시행착오에서 데이터와 알고리즘 중심의 예측 과학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AI는 이미 신약 개발 전 과정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방대한 논문과 임상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의 원인을 찾고, 수억 개의 화합물 중 유망한 후보물질을 선별하며, 임상시험 성공 가능성까지 예측한다. 과거 수년이 걸리던 작업을 수개월 또는 수주 만에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효율성 향상을 넘어 신약 개발의 경제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혁신이다.

특히 한국 바이오 산업에 AI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인프라와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글로벌 빅파마와 같은 규모의 연구개발 자본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다. 자본과 인력에서 열세인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AI를 활용한 ‘초격차 전략’이 필요하다. AI는 규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실제로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AI 신약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설계까지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AI를 통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실패 비용을 줄인다면 한국 바이오 산업은 바이오시밀러와 위탁개발생산(CDMO) 중심의 제조 강국을 넘어 혁신 신약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AI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고성능 컴퓨팅 자원과 클라우드 환경, 바이오 특화 데이터 플랫폼이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며 바이오 패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한국 역시 개별 기업의 노력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AI 바이오 플랫폼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연구기관과 기업, 병원을 연결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규제 혁신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의 제도는 AI가 없던 시대에 만들어진 규정들이 대부분이다. AI가 발굴한 후보물질의 검증 절차, AI 기반 임상시험 설계, 의료 데이터 활용 기준 등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지나친 규제는 혁신을 가로막고, 불명확한 규정은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는다. 안전성과 윤리를 확보하되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유연한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

세계 각국은 이미 AI와 바이오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제 경쟁은 개별 기업이 아니라 국가 생태계 간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 바이오 산업은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제조 역량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없다. AI를 활용한 혁신 신약 개발 능력을 확보해야만 진정한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과거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었다면 미래에는 AI 기반 바이오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AI는 신약 개발의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술의 가능성을 믿고 국가 차원의 전략과 실행력을 갖추는 일이다. AI와 바이오의 결합이 한국 경제의 다음 30년을 이끌 새로운 성공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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