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엔비디아 칩이 PC로 들어온다…AI 혁명 2막 열리나

인공지능(AI) 시대의 절대 강자 엔비디아가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대만 컴퓨텍스와 개발자 행사 등을 통해 엔비디아 칩을 주 프로세서로 사용하는 새로운 윈도 PC를 공개할 예정이다. 델 등 주요 PC 제조사들도 관련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 보면 신제품 발표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의미는 훨씬 크다. AI 혁명의 무대가 데이터센터에서 개인의 책상 위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 AI 산업의 중심은 데이터센터였다. 챗GPT와 제미나이, 클로드 같은 생성형 AI는 거대한 서버에서 작동했다. 사용자는 인터넷을 통해 접속했고 AI는 수천 개의 GPU가 연결된 데이터센터에서 답을 생성했다. 엔비디아가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반열에 오른 것도 바로 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AI 혁명의 다음 단계는 다르다.


AI가 클라우드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개인 PC와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른바 ‘온디바이스 AI’ 시대다. 사용자의 일정 관리와 문서 작성, 이메일 정리, 번역, 영상 제작, 투자 분석까지 AI가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시대에는 속도와 보안이 중요해진다. 모든 데이터를 외부 서버로 보내 처리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AI는 사용자의 기기 안에서 직접 작동해야 한다.


엔비디아가 PC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엔비디아는 AI 데이터센터의 왕이었다. GPU를 통해 AI 학습과 추론 시장을 장악했다. 이제는 AI가 실제 사용되는 최종 기기 시장까지 영향력을 넓히려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칩 하나를 더 판매하는 문제가 아니다. AI 생태계 전체를 자사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GPU를 넘어 CPU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텔과 AMD가 CPU 시장을 주도하고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 시장을 담당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CPU와 GPU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AI 연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하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그리는 그림도 분명하다. AI 칩과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AI 모델, 그리고 개인용 기기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AI가 작동하는 곳에는 엔비디아가 있다”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과거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로 PC 시대를 지배했던 것과 유사하다. 다만 이번에는 운영체제가 아니라 AI 컴퓨팅 플랫폼이 중심이다.


AI 혁명은 이제 2막으로 접어들고 있다.


1막이 데이터센터 경쟁이었다면 2막은 개인 AI 경쟁이다. 앞으로 사람들은 AI를 단순한 검색 도구가 아니라 디지털 비서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AI는 사용자의 일정과 이메일, 문서, 금융자산, 건강 정보까지 이해하며 스스로 업무를 처리하는 ‘AI 에이전트’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차세대 AI 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AI 시대의 핵심인 GPU와 AI 플랫폼, 운영체제, 초거대 AI 모델 분야에서는 여전히 미국 기업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지금과 같은 구조가 계속된다면 한국은 AI 시대에도 핵심 기술 공급자가 아니라 부품 공급자에 머물 위험이 있다.


물론 희망은 있다.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소버린 AI 개발에 나서고 있고, 제조업과 금융, 의료, 교육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산업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AI 응용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미국이 AI 모델을 만들고 중국이 거대한 시장을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면 한국은 제조 AI, 금융 AI, 의료 AI, 국방 AI와 같은 산업 특화형 AI에 집중해야 한다. 자동차를 잘 만드는 나라라면 자동차 AI를, 조선을 잘하는 나라라면 조선 AI를, 금융이 강한 나라라면 금융 AI를 만들어야 한다.


AI 시대에는 모든 산업이 AI 산업으로 재편된다. 반도체만 잘 만든다고 경쟁력이 확보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반도체와 데이터, AI 모델, 플랫폼, 서비스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될 때 비로소 국가 경쟁력이 완성된다.

앤비디아 사진AFP 연합뉴스
앤비디아 [사진=AFP 연합뉴스]



엔비디아의 PC 시장 진출은 단순한 신제품 뉴스가 아니다. AI가 데이터센터를 넘어 개인의 삶 속으로 들어오는 시대의 개막 선언이다. 그리고 이는 AI 산업의 주도권 경쟁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AI 시대 한국은 반도체 공급국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AI 생태계를 설계하는 국가로 도약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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