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선거-뭣이 다른가]공약 분석 ⓶ 부산 청년·일자리...전 '생존', 박 '자산', 정 '파격 감세'

  •  "오늘 버틸 돈이냐, 내일 위한 투자냐, 판 바꾸는 실험이냐"...부산 미래 놓고 정면 충돌

  • 전재수, '부산민생 100일 비상조치' 전면...공공일자리·생활 안정 집중

  • 박형준, '청년 1억원 프로젝트'·AI 일자리 5만개 제시...자산 형성과 미래 산업 결합

  • 정이한, 기업·청년 '세금 제로' 선언...기존 정치 문법 흔드는 충격 요법

왼쪽부터 박형준 정이한 전재수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각 시장후보 캠프
왼쪽부터 박형준, 정이한, 전재수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각 정당별 부산시장후보 캠프 제공]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9일 앞둔 25일, 부산시장 선거전이 본격적인 정책 검증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국민의힘 박형준, 개혁신당 정이한 후보는 부산의 고질적 과제인 청년 유출과 일자리 부족 문제를 정조준하며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

세 후보 모두 “청년이 떠나는 부산을 막겠다”는 목표는 같지만 접근 방식은 극명하게 갈린다. 전 후보는 당장의 생계와 민생 회복을 우선하는 ‘생활 안정형’, 박 후보는 자산 형성과 첨단 산업 육성을 연결한 ‘미래 투자형’, 정 후보는 세금과 규제를 대폭 걷어내는 ‘경제 특구형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재수 “청년, 미래 이전에 생존 위기”... 민생·공공일자리 전면 배치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 13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청년이 모여드는 도시 부산’을 주제로 청년뉴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박연진 기자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 13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청년이 모여드는 도시, 부산’을 주제로 청년뉴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박연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는 선거의 중심축을 ‘민생 회복’에 맞췄다.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미래 청사진보다 지금 당장 무너지는 시민 삶을 먼저 지탱해야 한다는 논리다.

전 후보의 대표 공약은 ‘부산민생 100일 비상조치’다. 공공일자리 확대와 청년·화물차주 유류비 지원, 공공요금 한시 동결 등을 통해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를 막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고물가와 경기 둔화 장기화 속에서 청년층의 가장 큰 문제를 ‘미래 준비 부족’이 아닌 ‘현재 생활 유지의 어려움’으로 진단한 점이 특징이다.

전재수 후보 측 관계자는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는 이유는 꿈이 없어서가 아니라 버틸 기반이 없기 때문”이라며 “생존 기반이 흔들리는데 장밋빛 비전만 제시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공일자리 중심 정책이 민간 일자리 확대와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느냐를 두고는 한계 지적도 나온다. 단기 처방에는 효과가 있더라도 지속 가능한 고용 구조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우려다.
박형준 “청년 떠나는 도시엔 미래 없다”...‘1억 자산 프로젝트’ 승부수
사진박형준부산시장후보 선거캠프
[사진=박형준부산시장후보 선거캠프]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청년 유출 문제를 도시 성장 잠재력과 직결된 구조적 위기로 규정했다. 핵심은 청년 자산 형성과 미래 산업 일자리를 동시에 묶겠다는 전략이다.

대표 공약인 ‘복합소득 청년 1억원 프로젝트’는 청년이 10년간 3000만원을 저축하면 부산시 지원을 결합해 최종적으로 1억원 규모 자산을 형성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여기에 AI 기반 미래 산업 육성을 연계해 관련 일자리 5만 개 창출도 함께 제시했다.

박형준 후보 측 관계자는 “청년 정책은 일회성 지원금 차원이 아니라 미래 설계의 문제”라며 “부산에서도 자산을 만들고 안정적으로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수도권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기 유지 가능성과 형평성 논란은 부담이다. 10년간 적립 구조가 현실적으로 유지될 수 있느냐는 의문과 함께, 지원 대상 선정 기준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야권에서는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현금성 공약”이라며 포퓰리즘 공세도 강화하는 분위기다.
정이한 “기업·청년에 세금 안 걷겠다”...거대 양당 문법 뒤흔든 승부수
사진정이한 부산시장 후보캠프
[사진=정이한 부산시장 후보캠프]

개혁신당 정이한 후보는 기존 거대 양당과 완전히 다른 방향의 해법을 꺼내 들었다. 핵심은 ‘세금 제로’다.

부산으로 이전하는 기업과 부산 거주 청년층에 대해 지방세 등을 대폭 감면하거나 면제해 기업과 인구를 동시에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청년층 교통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출근길 반값 패스’도 함께 제시했다.

정 후보는 “기업이 내려오지 않는데 무슨 수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느냐”며 “수도권과 경쟁하려면 기존 수준을 뛰어넘는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파격적인 메시지 덕분에 일부 청년층의 관심은 끌고 있지만 현실성 논란도 적지 않다. 지방세 감면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많고, 상당 부분은 국회 입법과 중앙정부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상징성과 화제성은 강하지만 실제 제도화 과정은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부산시장 선거 청년 공약의 가장 큰 특징으로 ‘직접 지원형 정책의 전면화’를 꼽는다.

과거 지방선거에서는 산업단지 조성이나 기업 유치 MOU 중심 공약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청년 통장·지원금·세금 감면처럼 유권자가 즉각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전면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재정 지속 가능성이다. 전재수 후보의 공공일자리 확대는 경기 침체 국면에서 즉각적인 체감 효과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민간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과제가 남는다.

박형준 후보의 ‘1억원 프로젝트’는 청년층의 장기 자산 형성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지만, 막대한 예산 투입과 형평성 논란이 뒤따른다.

정이한 후보의 ‘세금 제로’ 공약은 기업 유치 측면에서 강한 상징성을 갖지만, 세수 감소에 따른 부산시 재정 악화 가능성이 부담으로 지적된다.
“전시성 사업 삭감” vs “예산 구조조정”...재원 확보 공방 본격화
수조 원대 재정 소요가 예상되는 만큼, 선거 막판 핵심 검증 포인트는 결국 재원 조달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재수 후보는 퐁피두 미술관 분관 사업 등 대규모 문화사업 예산을 재검토해 민생과 청년 일자리 예산으로 돌리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형준 후보 측은 “중복 청년 사업과 비효율적 예산 구조를 통합·조정하면 충분히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며 지출 구조 개혁론으로 맞서고 있다.

정이한 후보는 지방세 감면 조례 개정과 특별법 제정을 통한 국비 확보를 제시하고 있지만, 감세 이후 세수 감소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한 구체성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누가 더 큰 금액을 약속하느냐의 경쟁이 아니라 부산 쇠퇴 구조를 어떤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인지, 그리고 그 재원을 실제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신뢰 경쟁”이라고 분석했다

현장에서 만난 민심 역시 기대감과 차가운 불신이 동시에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부산 남구의 한 대학생 취업준비생(25)은 “동기들이 졸업과 동시에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무작정 떠나는 처참한 상황에서, 1억원 자산 형성이나 세금 제로 같은 대안은 확실히 마음을 흔든다”면서도 “다만 선거가 끝나면 늘 그랬듯 흐지부지 말 바꾸기를 하거나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근본적인 불신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사상구에서 자영업을 영위하는 최모(48)씨 역시 “후보들이 약속한 대로 돈을 다 나눠주고 세금을 안 받으면, 그로 인해 쌓이는 부산시의 막대한 빚은 결국 누가 감당하라는 소리냐”라며 “선거철마다 번지르르하게 쏟아지는 ‘빌공(空)자 공약’에 더는 속지 않겠다. 이번에는 후보들이 표만 달라고 읍소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예산을 어떻게 아껴 쓸 것인지 숫자와 실행 계획을 철저히 따져보고 투표할 것”이라며 서늘하고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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