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환 칼럼] 中어선의 불법조업은 시급한 국가안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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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꽃게잡이로 생계를 유지하는 연평도 등 서해 5도 어민들의 한숨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 어민들은 북방한계선(NLL)이 가깝다는 이유로 조업에 제한을 받지만 중국어선들은 NLL을 넘나들며 우리의 수산자원을 싹쓸이하고 있다. 중국어선들은 남해와 동해에서도 연중 불법으로 조업하고 있는데 해경의 단속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수준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정부나 정치권은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 대응에 있어 미온적이었고 언론은 해경이 중국 어부들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는 참극이 벌어질 때만 관심을 보이고 정부에 대해 근본적 대책을 촉구하려는 생각은 없어 보인다.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방치하면 해양 경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살펴보고자 한다.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은 명백히 도둑질이다. 대한민국의 관할수역 내 어족 자원은 우리의 국부(國富)이며 우리 어민들만이 조업할 권리를 갖는다. 외국 어선의 조업은 일정한 대가와 어획량을 정하는 계약이 체결될 때만 허용된다. 실례를 들면 한국과 러시아 정부는 매년 어선의 수 및 어족별 어획량 그리고 입어료를 정하고, 이에 따라 한국 어선들은 러시아 수역에 들어가서 러시아 감독관 승선하에 조업한다. 그러한 계약 없이 중국어선이 우리 수역에서 조업하는 것은 불법 행위이다. 중국어선들은 저인망(底引網 trawling)으로 치어까지 쓸어가 한국 어민들로부터 미래의 자원까지 빼앗고 있다. 우리에게는 막대한 피해이다. 한국수산회 산하 수산정책연구소는 피해액이 2004년 이후 연간 400억원에서 1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어선의 해적 행위는 왜 근절되지 않는가? 우리 해경이 안이하게 대처하기 때문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해경은 선박, 장비 및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몸을 던져 단속해 왔다. 2008년 9월 목포해경의 박경조 경사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해역에서 중국어선을 검문하다 중국 선원이 휘두른 삽에 머리를 맞고 바다로 떨어져 사망하였다. 또한 2011년 12월에는 인천해경의 이청호 경장이 인천광역시 옹진군 소청도 부근에서 중국어선을 나포하는 과정에서 중국인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과다출혈로 사망하였다. 해경이 순직하는 일까지 발생하자 2016년 박근혜 정부는 단속에 폭력적으로 저항하는 중국어선에 대해 함포 사격을 허용하였으며, 2017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와서는 ‘서해5도특별경비단’이 창설되어 2019년까지 중국의 NLL 수역 불법 조업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에 현지 어민들이 감사 현수막까지 세우기도 했다. 2016~2019년 기간 한국 영해 내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이 70% 감소하였다고 한다.
 
한편,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에 대한 대응이 나포보다는 우리 수역 밖으로 쫓아내는 데 중점을 둔 결과 매년 200척 정도 나포하던 것이 2020년에는 18척으로 급감하였다. 그러다가 나포 건수가 다시 늘어 2021년 66척, 2022년 42척, 2023년 54척, 2024년 46척, 2025년 57척, 2026년(3월 말 기준) 14척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수준은 2010년대보다 많이 감소한 것인데 그렇다고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이 줄어든 것은 전혀 아니다. 중국어선이 계속 불법 조업을 시도하는 이유는 벌금이 최고 3억원에 불과하고(브라질의 경우는 최고 300억원), 형사 재판에 넘겨져도 형량이 작고 그나마도 대개 집행유예로 풀려나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어선은 ‘매우 운이 나쁜 경우’에만 한국 해경에게 나포된다고 생각하고, 나포 과정에서는 한국 해경을 우습게 알고 폭력으로 맞서고, 나포되어도 처벌이 크지 않기 때문에 크게 겁먹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 정부는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 표면적으로는 불법 조업을 옹호하지는 않으나 중국인 선원이 체포당하거나, 다치거나, 사망할 때는 ‘인권’을 들먹이며 한국 정부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정부 차원의 계도 또는 단속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중국어선들은 자신들이 국제법상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인식 자체가 희박하다.
 
우리 언론은 중국어선의 해적 행위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필자가 모스크바에서 근무할 때 중견 언론인 연수단이 방문하였는데 한 분에게 한국 언론은 이런 심각한 사안에 대해 왜 제대로 보도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너무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기삿거리가 안 됩니다”라는 어이없는 답변을 들었다. 한국 언론은 중국 해적들이 우리의 자원을 약탈하고 있는데도 우리 해경이 목숨을 잃어야만 관심을 보인다는 말인가? 중국어선이 아니라 일본어선이었어도 그런 태도일까? 한편, 정치권은 해경이 순직하였을 때조차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리 사회에서 어민들이 소수이고 조직되지 못하여 목소리가 작아서 그런 것일까?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은 주로 인천 지역 매체나 다루는 지역뉴스일 뿐이고 지역구가 인천 지역인 정치인들이 반응을 보이는 게 고작이다. 그간 정부의 대응은 우리 어민들의 피해와 불만보다 중국 측의 반응에 더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중국어선들이 인해전술로 우리의 바다에 아무 때나 함부로 들어와 휘젓고 다니고 있다면 우리의 해양 경계는 이미 무너진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이 이른바 서해 중간수역에서 금지된 불법구조물을 설치하여 문제가 되기도 하였는데 중국은 서해를 자신의 내해(內海)로 만들겠다는 큰 그림을 갖고 자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려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말 해수부 업무보고에서 중국어선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아주 못됐다”고 하면서 “최대한 나포하고 벌금을 올리라”고 지시하였고 이에 대해 해수부는 “불법 조업은 반드시 응징하겠으며 벌금을 올리기 위해 법 개정을 바로 추진하겠다”고 답변하였다고 한다. 대통령 지시 후 5개월이 지났는데 그간 어떤 실질적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벌금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해경의 단속 역량(함정, 장비 및 인력)을 대폭 강화하여 최대한 불법 조업 어선을 나포하고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이 문제를 해양주권의 침해로 규정하고 중국 정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그리고 강력히 제기하여야 한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법대 법학과 ▷영국 옥스퍼드대 외교관 연수과정 수료 ▷주우즈베키스탄 공사 ▷ 주이르쿠츠크 총영사 ▷주러시아 공사 ▷상명대 글로벌지역학부 초빙교수 ▷현 유라시아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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