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케이블TV 붕괴 방치할 것인가, 질서 있는 재편 서둘러야

케이블TV 산업의 위기가 한계선을 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과 인터넷TV(IPTV) 성장 속에 가입자는 줄고 수익성은 무너졌다. 한때 유료방송 시장의 주역이었던 케이블TV가 이제는 생존 자체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를 시장 변화에 뒤처진 산업의 자연스러운 퇴조로만 볼 일은 아니다. 케이블TV는 여전히 지역 뉴스와 재난방송, 지역 정보 전달이라는 공공 기능을 맡고 있다. 정부가 손을 놓고 시장에만 맡길 사안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 연명이 아니라 공공성과 효율성을 함께 고려한 질서 있는 재편 전략이다.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전체 방송사업 매출은 2014년 약 2조3000억원에서 2024년 1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10년 만에 30% 넘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500억원에서 148억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19.3%에서 0.9% 수준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손익분기점에 매달린 구조다. 가입자 감소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독자 생존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문제는 산업 기반은 무너지고 있는데 공공적 책무는 그대로라는 점이다. 케이블TV는 지역 밀착형 뉴스와 생활 정보를 공급하고, 지방자치와 지역 공동체를 잇는 채널 역할을 해왔다. 연간 수만 편의 지역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재난 상황에서는 긴급 방송망으로 기능한다. 수도권 중심의 거대 플랫폼이 대신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지역 소멸과 정보 격차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 기능의 가치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
 
그런데 제도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케이블TV 업계의 영업이익보다 방송통신발전기금 납부액이 더 많다는 것은 대표적 비정상 구조다. 적자 직전 산업에 과거 성장기 기준의 부담을 계속 지우는 셈이다. 경쟁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는데 규제 체계는 옛 틀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OTT와 통신 대기업 플랫폼은 빠르게 몸집을 키우는데, 케이블TV만 낡은 규제와 공적 의무를 동시에 짊어지고 버티라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조건 세금으로 떠받칠 수도 없다. 시장 경쟁력을 잃은 사업 모델을 무한정 유지하는 것은 또 다른 비효율이다. 필요한 것은 연명책이 아니라 재편 원칙이다.
 
첫째, 사업자 통합과 권역 재조정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검토해야 한다. 과도하게 분산된 지역 사업 구조로는 투자 여력도 혁신도 어렵다. 둘째, 지역채널·재난방송 등 공공 기능은 별도로 평가해 필요한 비용을 투명하게 지원해야 한다. 공공 서비스를 민간 사업자에게 맡긴다면 그 대가를 제도적으로 보전하는 것이 맞다. 셋째, 방송·통신·플랫폼을 따로 보던 규제 체계를 통합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
 
여기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산업이 스스로 버티다 쓰러진 뒤 뒤늦게 대책을 내놓는 방식으로는 비용만 더 커진다. 케이블TV가 사라진 뒤 지역 정보 생태계를 다시 세우려면 훨씬 큰 사회적 비용이 든다. 미리 구조 전환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해관계자와 협의해 단계적으로 정리해야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케이블TV의 위기는 한 산업의 퇴장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공공 기능을 어떻게 지키고, 낡은 산업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를 묻는 시험대다. 무조건 살리기도, 방치해 무너지게 두기도 답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질서 있는 출구 전략이다. 늦을수록 선택지는 줄어든다.

 
그림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그림=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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