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P 데스크 칼럼] "5월엔 팔고 떠나라"… 그런데 지금 한국 증시는, 떠날 사람이 없다

"셀 인 메이(Sell in May and go away)." 

월가에서 가장 오래된 격언 중 하나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수익률이 부진하니 봄에 팔고 여름을 피해 가라는 뜻이다. 원래는 19세기 런던 귀족들이 사교 시즌에 맞춰 시장을 떠난 데서 유래했다.

그러나 2026년의 한국 시장에서 이 격언은 묘하게 비틀린 울림을 갖는다. 지금은 떠날 사람이 없다. 모두가, 더 오를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4월 한 달 동안 30.61% 폭등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한때 급락했던 낙폭을 단숨에 되돌렸고, 장중 67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은 95조 원을 넘어섰고,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기대감은 시장 전체를 아래에서부터 밀어 올리고 있다.

문제는 상승 자체가 아니다. 상승의 속도다.  

주식만 오른다. 원화와 채권은 오히려 흔들린다.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480원 안팎에서 높은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고, 국채 금리는 다시 치솟는다. 서울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섰고, 소비심리지수는 1년 만에 100 아래로 꺼졌다.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5.3%에서 0.3%로, 거의 멈추듯 둔화했다. 

실물경제는 식어가는데 주식시장만 질주한다. 이 괴리가 벌어질수록 시장의 지반은 약해진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레버리지다.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5조 6895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단 13거래일 연속 증가했고, 4월에만 약 2조 7000억 원이 쌓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제 단순히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빚을 내어 상승장에 올라타고 있다. NH투자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이 잇달아 신용공여 제한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의 열기가 증권사의 위험관리 속도를 앞질러 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은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른바 '버핏 지수'가 200에 근접했다. 워런 버핏은 이 지표를 두고 "시장 가치 평가를 측정하는 가장 좋은 단일 척도"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초저금리 시대 이후 미국 증시도 오랫동안 높은 버핏 지수를 유지해왔다는 반론은 가능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절대 수준이 아니라 상승의 과정이다. 

한국 시장은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전쟁, 유가, 환율, 경기 둔화의 공포 속에 흔들리던 시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쟁조차 호재처럼 소비된다. 투자자들은 어느새 "악재에도 오르는 시장은 강하다"는 논리에 익숙해졌다. 시장이 계속 오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믿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믿음은 더 큰 레버리지를 부른다.  거품은 늘 숫자가 아니라 심리에서 시작된다. 

물론 '셀 인 메이'가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다. 최근 33년간 미국 증시는 5~10월 구간에서도 25번 상승했고, 도이체방크는 이 전략을 "동전 던지기 수준의 확률 게임"이라 일축한 바 있다. 이번 랠리에는 실적이라는 단단한 근거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증가는 현실이고, AI 산업이 이끄는 전력·메모리 수요의 팽창은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  그러나 시장은 언제나 실적보다 먼저 흥분한다. 

그리고 금융시장은 반복해서 같은 방식으로 과열된다. "이번엔 다르다"는 믿음이 등장하고, 빚이 정상처럼 보이기 시작하며, 상승 자체가 위험의 감각을 지워버린다.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는 이를 두고 "안정은 불안을 낳는다"고 했다. 시장이 오래 안정되면 사람들은 더 큰 위험을 감수하고, 결국 작은 충격 하나가 과도한 레버리지 전체를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 시장이 당장 붕괴 직전이라는 뜻은 아니다. 코스피 7000을 향한 추가 랠리가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속도다. 시장은 계단처럼 오르지 않는다. 대개는 흥분 속에서 질주하다가, 어느 순간 예고 없이 냉정을 되찾는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5월엔 무조건 팔아라"는 공포도 아니고, "AI 시대라 끝없이 오른다"는 낙관도 아니다. 

진짜 필요한 것은, 속도를 의심하는 감각이다. 

시장은 언제나 가장 뜨거울 때, 가장 차가운 질문을 던지는 사람에게 마지막 기회를 남겨뒀다.
 
4월 30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849p072 오른 673939로 출발해 장중 6750선까지 오르며 장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6 430 연합뉴스
4월 30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8.49p(0.72%) 오른 6,739.39로 출발해 장중 6,750선까지 오르며 장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6. 4.30 (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