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OPEC 66년 체제의 균열, 'UAE 탈퇴'가 한국에 던지는 기회

석유수출국기구OPEC 로고사진AFP연합뉴스
석유수출국기구(OPEC) 로고[사진=AFP·연합뉴스]



세계 에너지 시장의 심장부로 군림해온 석유수출국기구(OPEC, 오펙)가 66년 역사상 최대의 존립 위기에 직면했다. 기구 내 제3위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오는 5월 1일을 기해 전격적인 탈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는 회원국 이탈이라는 현상을 넘어,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독점적 석유 카르텔 체제 붕괴의 서막을 알린 것으로 풀이된다.

UAE의 이번 결정은 최근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경제적·인적 피해 때문도 있지만, 그동안 자국의 증산을 억제해온 OPEC의 감산 정책에 대한 오랜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 에너지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기에 적극적인 자원 활용으로 국부를 축적하려는 UAE의 실용주의적 노선이 결국 탈퇴라는 초강수로 이어진 모습이다.

OPEC의 결속력이 약화되면 회원국 간 원유 공급 공조는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상당한 규모의 추가 원유 생산 능력을 갖춘 UAE가 독자 노선을 걷게 될 경우, 원유 공급이 확대되면서 장기적으로 유가가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실제로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교착 후 재차 오름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는 UAE의 OPEC 탈퇴 소식 후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을 나타냈다.

따라서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며 기름에 목말라하는 한국 경제 입장에서 이번 사태는 가뭄 끝에 만난 달콤한 한 모금의 생수와도 같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유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미국의 해상 봉쇄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며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나들었고, 이는 국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며 우리 경제를 옥죄는 거대한 암초로 다가왔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사태를 유가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에 안주하기보다 '국가 간 전략적 협력의 재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독점적 기구의 세력이 약화하면 상대적으로 구매자의 협상력이 높아지게 마련이고, 반도체부터 방산, 에너지 및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역량을 갖춘 우리로서는 그만큼 타국과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서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에게 이번 사태가 남다른 이유는 UAE가 한국과의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가라는 것이다. 양국은 지난 2월 방산을 포함해 총 65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협력 사업에 합의했고, 이란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달에는 UAE가 우리에게 2400만 배럴 규모의 긴급 원유 공급을 약속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이 UAE에 건설한 바라카 원전은 양국 간 장기적 에너지 협력의 발판으로 자리 잡고 있다. OPEC의 굴레에서 벗어난 UAE는 이제 더욱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와 산업 다각화를 추진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경험은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OPEC의 위상 약화가 초래할 유가 및 국제 금융 시장의 변동성과, OPEC 내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기존 산유국들의 반발 등 지정학적 갈등의 심화 가능성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사우디 등 다른 OPEC 회원국들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UAE라는 핵심 우군과 관계를 돈독히 하는 고도의 전략적 외교를 펼쳐야 한다. 아울러 추가적으로 OPEC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국가들과도 접점을 늘려 가며 실리를 챙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