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테크뷰] 메타 '마누스 인수' 무산…AI 경쟁, 기술 넘어 자본 통제로

  • AI 빗장 걸어 잠근 중국…메타 인수 막은 이유는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국가 패권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기업 간 자유로운 기술 거래에도 제동이 걸리는 흐름이다. 과거 반도체와 클라우드가 규제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AI 스타트업 자체가 국가 전략 자산으로 간주되며 자본 이동까지 통제되는 ‘지정학적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메타의 AI 스타트업 인수 무산 사건은 이 같은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6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메타가 추진해온 AI 스타트업 ‘마누스(Manus)’ 인수를 최종 불허하고 거래 전면 철회를 명령했다. 약 20억달러 규모의 이번 거래는 수개월간의 국가안보 심사 끝에 ‘외국인 투자 금지’ 판단으로 무산됐다.
 
경쟁 뒤처진 메타…마누스로 승부수
마크 저커버그가 이끄는 메타는 생성형 AI 경쟁에서 오픈AI, 구글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며 ‘AI 에이전트’에 집중해왔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은 기업이 바로 마누스다. 마누스는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항공권 예약이나 데이터 분석, 코드 작성까지 수행하는 ‘실행형 AI’에 특화돼 있다.

메타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등 자사 서비스에 마누스 기술을 결합해 플랫폼 내부에서 소비·업무·소통이 모두 이뤄지는 ‘완결형 AI 생태계’를 구축하려 했다. 저커버그에게 마누스는 AI 경쟁의 판도를 단숨에 뒤집을 수 있는 전략적 카드였다.
 
중국의 제동…창업자 ‘출국 금지’까지
하지만 거래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12월 인수 발표 직후 중국 정부는 즉각 조사에 착수했고, 이후 국가안보 심사로 이어졌다.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는 공동 창업자 2명에 대한 출국 제한 조치까지 내려지며 기술과 인재의 해외 유출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이 노골화됐다.

결국 발개위는 ‘외국인 투자 금지’를 근거로 거래 철회를 명령했다. 이미 일부 인력이 싱가포르에서 메타 조직에 합류한 상태였지만,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적 본사 위치와 무관하게 창업자, 기술, 데이터의 ‘중국 기원’을 기준으로 규제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中, 자국 기업 약진에...기술 추격→통제로
중국 정부는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국가안보를 내세웠다. AI 기술과 데이터,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등 기술 압박에 대응해 전략 자산을 내부에 묶어두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자국의 핵심 기술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 기업의 인수를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 AI 기업들의 약진도 영향을 미쳤다. 딥시크, 알리바바 등의 모델이 비용 대비 성능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중국이 독자 생태계 구축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책 방향도 ‘추격’에서 ‘통제’로 이동하고 있다. 단순히 기술 격차를 좁히는 것을 넘어, 데이터와 인재를 국내에 묶어두고 자국 중심의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AI 주권’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M&A 넘어선 ‘자본 통제’…AI 패권 경쟁 어디로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인수 무산을 넘어 AI 경쟁의 성격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 경쟁이 국가 간 힘겨루기로 전환되면서, 시장 논리보다 정치적 판단이 우선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테크크런치는 국가 간 긴장이 심화되는 가운데 AI 기업 인수합병이 더 이상 순수한 비즈니스 판단만으로 이뤄지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특정 국가의 자본이나 인력이 얽힌 스타트업에 대해 인수 자체를 주저할 가능성이 높다.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방식의 ‘탈중국 전략’ 역시 실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시에 미국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자국 기술 보호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양국 간 ‘상호 차단’ 구조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메타 입장에서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외부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AI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리면서, 자체 기술 개발 중심으로 방향을 재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마누스 사태는 분명한 신호를 던진다. AI 경쟁이 기술을 넘어 자본과 인재, 기업 이동까지 국가가 통제하는 지정학적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