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공격용 드론을 포함한 첨단무기의 공동 개발과 생산에 나서기로 하면서 글로벌 방위산업의 판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술을 앞세운 미국과 제조 역량을 갖춘 일본이 결합한 이번 협력은 단순한 군사 협력을 넘어 산업 동맹의 성격을 띤다. 겉으로는 중국을 겨냥한 공급망 재편이지만, 그 파장은 한국 방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협력의 1차 목적은 분명하다. 글로벌 드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고, 전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다. 최근 전쟁에서 드론은 전장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저렴한 비용과 대량 투입이 가능하다는 특성 때문에 생산 능력 자체가 곧 군사력으로 이어진다. 미국이 기술을, 일본이 생산을 맡는 구조는 이런 변화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합이다.
문제는 이 협력이 단순히 중국을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은 기술과 생산을 묶어 가격 경쟁력과 품질,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려 한다. 여기에 동맹 기반의 정치적 신뢰까지 결합된다면, 기존 글로벌 방산 시장의 조달 구조 자체가 재편될 수 있다. 동남아와 중동 등에서 이미 성과를 내고 있는 K방산 입장에서는 기존 시장이 잠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한국의 드론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수출 규모는 성장하고 있지만 글로벌 점유율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직접적인 경쟁 대상은 중국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일이 주도하는 동맹형 공급망과 경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완성 무기 중심으로 성장해 온 한국 방산은 향후 ‘패키지 수출’ 경쟁에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드론을 포함한 무인체계가 기존 무기 체계와 결합되는 순간 경쟁의 범위는 더 넓어진다.
그렇다고 이번 변화를 위기로만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전략을 재정비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핵심은 방향이다. 이제 방산은 단순한 무기 생산을 넘어 인공지능, 데이터, 통신이 결합된 시스템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체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경쟁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한국이 이 전환을 놓친다면 현재의 경쟁력도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대응 전략은 명확해야 한다. 첫째, 단기와 중장기 전략을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강점을 살려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고, 드론과 무인체계의 실전 배치를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 기반 자율 시스템과 데이터 통합 역량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속도와 체질 개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병행의 문제다.
둘째, 미국 중심의 방산 생태계와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미·일 동맹이 강화된다고 해서 한국이 배제되는 구조로만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한국은 빠른 생산 능력과 유지·보수 경험을 바탕으로 보완적 역할을 찾을 수 있다. 핵심은 단순 참여가 아니라 차별화된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통신, 보안, 소프트웨어 분야는 한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다.
셋째, 민간 기술과 방산의 결합을 실질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보안 규제를 유지하되 민간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제한된 환경에서의 실증 기회를 확대하고, 국방 데이터를 활용한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초기 기술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선구매와 테스트베드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결국 이번 미·일 협력은 하나의 신호다. 방위산업은 더 이상 개별 기업의 경쟁이 아니라 국가 간 산업 동맹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술과 생산, 외교가 결합된 복합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국이 이 흐름을 놓친다면 지금의 성과도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 인식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전략을 세우고 실행으로 옮기는 일이다. K방산은 이미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제는 다음 단계로 도약해야 한다. 미·일 드론 동맹이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한국은 이 새로운 질서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 답은 준비된 전략과 빠른 실행에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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