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준 합판보드협회장 유니드bt+ 대표가 지난달 31일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유가 상승으로 인한 악영향은 비단 에너지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운임비가 오르면서 물가 전반이 들썩이고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면서 경제 심리도 크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저희 합판보드협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접착제로 사용하는 요소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건설경기까지 침체되면서 역사상 가장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세계 원유 생산량 20% 이상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지 40일 지났다. 그사이 전 세계 곳곳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수급 불안이 확산됐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도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합판·중밀도섬유판(MDF)·파티클보드(PB)를 생산하는 목재 가공업계도 이번 사태로 인한 숨겨진 피해자 중 하나로 꼽힌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 불안이 겹친 상황에서 국내 건설 경기까지 살아나지 않으면서 생산 원가는 치솟는 반면 수요는 위축되는 최악의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한상준 한국합판보드협회장은 지난달 31일 아주경제신문과 만나 국내 목재 가공업계의 위기 극복을 위해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목재는 더 이상 단순한 건축 자재가 아니며 오래된 나무는 적극적으로 가공해 활용할 때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한 회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이란 전쟁으로 목재 가공업계가 받고 있는 영향은.
“시장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유가가 오르면서 경기가 위축되고, 경기가 위축되면 목재 가공 시장 역시 함께 위축될 수밖에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접착제 문제도 크다. 목재 가공 분야에서 접착제로 사용하는 요소와 멜라민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가격이 약 30% 상승한 상황이다.
특히 요소는 중국이 수출 통제 움직임을 보이면서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으로 베트남이 있지만 베트남산은 중국산보다 30% 이상 비싸다. 회사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비축 물량이 약 3개월분에 불과한 상황이다. 일부 업체에서는 버티지 못하고 계약 파기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목재 가공업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현재 한국 목재 가공업은 생산 구조와 소비 구조 간 괴리에 빠져 있다. 목재 산업은 전통적으로 저렴한 원재료와 낮은 인건비를 기반으로 하는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후발국에서 경쟁력이 높다.
반면 한국은 이미 선진국 단계에 진입했지만 소비 구조는 아직 목재 중심의 고급화 단계까지 충분히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즉 생산 측면에서는 비용 경쟁력이 약화됐고, 소비 측면에서는 수요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이중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입산 합판의 물량 공세로 인한 어려움도 큰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입증이다. 기본적으로 특정 국가의 합판이나 PB, MDF 제품으로 인해 국내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
중국산 제품이 대거 유입되고 있지만 산업 피해 규모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데이터 축적 기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태국산 제품을 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를 입증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정부가 태국산 제품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지만 그사이 중국산 제품이 유입되면서 정책의 실효성을 체감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중국산과 태국산의 차이는 중국산은 내수용이고 태국산은 수출용이라는 점이다. 중국 내수 경기가 개선돼 물량이 다시 내수로 흡수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협회가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국산 목재 우선 구매다. 목재 활용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국산 목재 사용을 늘릴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철 구조물로 건설하던 것을 CLT와 같은 목재로 대체할 수 있다. 내부 마감 역시 플라스틱이나 타일 대신 국산 목재 마루를 사용할 수 있다. 일부 공사 비용 증가는 있을 수 있지만 국산 목재를 활용하는 것이 산업과 환경 모두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국산 목재 인증 제도도 최근 도입됐다. 국산 목재 사용이 탄소중립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공공부문 중심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목재 사용 확대가 환경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나무를 베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과거 식목일에 나무를 심던 기억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무의 생태적 특성을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30년 이상 된 나무는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탄소 흡수량도 크게 줄어든다. 현재 상태로 방치하면 2050년에는 산림의 탄소 흡수량이 지금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목재는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목재 제품으로 활용되는 동안 탄소를 계속 저장하게 된다. 수확한 나무를 가구 등으로 활용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나무를 심는다면 탄소 배출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협회장으로서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는.
“합판 산업은 1970년대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 중 하나였다. 협회도 1963년에 설립된 만큼 책임감이 크다.
임기 동안 목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