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유가 폭등] 식품업계 '3중고'…원재료·물류·포장재 동반 상승 우려

  • 유가 급등에 수입 원재료·물류비 '직격탄'

  • 내수 침체 속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 변수

서울 마포구 CU 홍대상상점 라면 라이브러리를 찾은 고객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CU 홍대상상점 라면 라이브러리를 찾은 고객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식품업계 전반에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재료 수입 비용부터 물류비, 포장재 단가까지 유가 향방에 직결되는 구조적 특성상 정부가 추진해 온 물가 안정 기조에도 작지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 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로 국제 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8.51% 오른 배럴당 81.01달러로 마감하며 2024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 폭등은 식품 제조 원가에 직간접적인 원가 압박으로 작용한다. 작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비료가 대부분 천연가스를 이용해 만들어지는 데다 대규모 작물 재배를 위해서는 전력 등 에너지 소비가 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주요 곡물 수입 의존도가 클수록 원가 압박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농림축산식품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밀 수요는 약 257만톤에 달하지만 국내 생산량은 3만7000톤에 그쳐 자급률이 1.5% 수준에 불과하다. 옥수수 자급률 역시 4.3%에 머물러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가공식품 업계는 원재료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원가 변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물류비 인상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유가가 오르면 선박 연료비가 뛰면서 수입 원가와 수출 운임 부담이 동시에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동 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며 쿠웨이트 등 산유국의 감산 조치와 함께 해상 운임 폭증을 불러오고 있다.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지난 3일 2242를 기록하며 3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고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역시 지난 6일 1489.19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상승 폭을 두 배 가까이 키웠다.

대외 변수뿐만 아니라 국내 영농 환경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 농기계 연료비와 시설 난방비 등이 유가와 연동되어 있어 농산물 생산 단가 자체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신선식품 물가를 자극하는 것은 물론 가공식품 전반에 걸쳐 제조 원가 압박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석유화학 제품인 포장재 단가 역시 유가 급등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라면과 과자, 음료 등 대부분 가공식품 포장에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 음료 용기로 쓰이는 페트(PET) 등은 석유화학 수지 기반 소재다. 이들 포장재는 원유를 정제해 생산하는 나프타를 원료로 만들어진다.

한 가공식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현재는 비축 재고로 대응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 포장재를 포함한 전방위적인 원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원재료·물류비·포장재 가격이 동시에 치솟는 '3중 압박'이 현실화하면 식품 가격 인상 압력이 임계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상승이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나온다. 1979년 2차 오일쇼크 여파로 1980년 한국 경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28.7%, 경제성장률 -1.5%를 기록하며 극심한 침체를 겪은 바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유가 급등과 물류비 상승이라는 악재가 겹치며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상태"이라며 "전방위적인 원가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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