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P 데스크 칼럼] 구호와 이벤트로 끝나는 K-pop, 벗어날 수 있을까

광화문에서 BTS가 무대에 선다. 

경복궁을 배경으로 한 공연은 190여 개국에 생중계되고, 수십만 명이 도심에 모인다. 이 장면은 분명 인상적이다. 한국 대중문화의 위상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순간이다. 

여세를 몰아 정부는 2027년 말 국내 모든 기획사가 참여하는 대규모 K-pop 페스티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계가 주목하는 축제를 한국에서 열겠다는 구상이다. BTS의 광화문 공연이 자신감을 확인하는 무대라면, 그 자신감을 정책으로 확장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구상이 또 하나의 대형 이벤트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산업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인가에 대한 회의는 남는다. 

그동안 K-pop 정책은 종종 ‘장면’을 만드는 데 집중해 왔다. 대형 콘서트, 해외 쇼케이스, 상징적 장소 활용. 실제로 효과는 있었다. BTS는 궁궐을 무대로 만들며, 블랙핑크 역시 컴백 무대로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업해 문화유산을 새로운 콘텐츠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음악과 공간, 전통과 이미지가 결합하면서 한국만의 방식이 만들어졌다. 

이런 성과가 생태계 변화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공연장은 여전히 부족하다. 세계적 아티스트는 늘었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수용할 대형 전용 시설은 한정돼 있다. 체육시설을 개조해 활용하는 방식은 단기 대응일 뿐이다. K-pop을 전략 산업으로 본다면, 공연장은 인프라다.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장기적 계획과 투자로 접근해야 한다. 

이 점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세계적 위상의 아티스트가 많지만 제대로 된 대형 공연시설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지방 체육시설의 음향·조명 시설을 보강해 활용도를 높이고, 중기적으로는 ‘서울아레나’ 등 건립 중인 시설이 차질 없이 완공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는 5만 석 규모의 돔구장급 공연장 건설과 서울·고양 등 지자체 아레나 조성 방침도 언급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부지에 대해서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조심스럽다”며 선을 그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철거하고 새 공연장을 짓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여러 안 중 하나”라고 했다.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실행 단계에서는 정치 일정이 고려되는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 

공연장은 수십 년을 내다보고 설계해야 할 기반 시설이다. 선거 주기에 따라 속도가 조절되는 사안이 아니다. 이런 구조가 반복되면 정책은 자연스럽게 단기 보완과 행사 확대 쪽으로 기울기 쉽다. 체육관을 보강해 쓰는 방식은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 경쟁력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문화유산 활용도 마찬가지다. 블랙핑크의 박물관 프로젝트는 화제가 됐지만, 이런 협업을 기획·조정·확장할 상설 체계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특정 그룹의 컴백 시점에 맞춘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발굴하고 상품화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문화유산은 매번 ‘특별한 배경’으로 소비되고 끝난다. 

지역 전략도 고민해야 한다. 광화문은 상징성이 크지만, 상징에만 머물면 산업은 확장되지 않는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광과 소비가 이어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동선이 설계돼야 한다. 수도권 집중형 이벤트로는 장기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궁궐과 종묘 방문객 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은 한류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 이미 수요는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이를 체계적으로 흡수할 구조가 준비돼 있는가다. 

K-pop은 이제 세계적 브랜드다. 그러나 브랜드가 곧 산업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구호는 쉽게 외칠 수 있고, 이벤트는 비교적 빠르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산업은 반복과 축적을 필요로 한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남는 것이 있어야 하고, 성공 사례가 다른 프로젝트로 이어져야 한다. 

BTS의 광화문 무대는 시작점이다. 그 무대가 끝난 뒤 무엇이 남는지가 더 중요하다. 

K-pop이 계속해서 ‘장면’을 만드는 데 머물지, 아니면 구조를 만드는 단계로 넘어갈지는 지금의 정책 설계에 달려 있다. 이벤트로 박수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산업으로 자리 잡는 일은 그보다 훨씬 어렵다. 
 

2026년 2월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전경 광화문을 배경으로 한 방탄소년단BTS 공연이 예정돼 있다 사진AJP 유나현
2026년 2월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전경. 광화문을 배경으로 한 방탄소년단(BTS) 공연이 예정돼 있다. (사진=AJP 유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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