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최근 나흘 동안 각각 15%, 26%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한 데 따른 후폭풍으로 풀이된다. 가상자산 업계 안팎에서는 현재 시장에 과도한 레버리지가 유입돼 있는 만큼 당분간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가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상 밖’ 매파 후보에 시장 급랭…되풀이된 ‘연쇄 청산’
2일 글로벌 코인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오후 3시 45분 현재 7만6304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24시간 전보다 2.76% 낮은 수준이다. 이더리움 가격은 전날보다 8.36% 내린 2215달러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새벽 9만 달러, 3000달러까지 상승했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나흘 만에 각각 15.2%, 26.2% 주저앉은 것이다. 가상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비트코인 시가총액 역시 지난달 28일 약 1조7818억 달러(약 2506조원)에서 이달 1일 1조5380억 달러(약 2243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폭락이 워시 후보자 지명에 따른 후폭풍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던 것과 다르게 워시 후보자는 비교적 긴축적인 통화 정책을 선호하는, 매파적 인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앞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화의 미래 가치가 기존 예상보다 오를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자 금과 은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하락했다. 워시 후보자 지명 이후 미국 선물 시장에서 금·은 가격은 각각 11%, 31% 급락했다. 이에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도 충격을 받았는데, 과도한 레버리지가 유입된 상태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하락하자 선물 시장에서 연쇄 청산이 발생하는 상황이 다시금 발생했다. 코인글라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가상자산 청산 규모는 △29일 9억9498만 달러 △30일 14억413만 달러 △31일 25억6170만 달러 등 증폭되는 모습을 보였다.
레버리지는 증거금 등을 담보로 투자금보다 규모가 큰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투자방법이다. 투자한 자산의 가치가 상승하면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커지지만, 반대로 그 가치가 증거금보다 작아지면 ‘청산’이 이뤄진다. 이때 청산되는 자산이 한 번에 시장에 풀리면서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유발하고, 이 가격 하락이 다른 청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약한 충격이 큰 폭의 가격 변동성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ETF 썰물’에 시험대 오른 신뢰성…“중장기 상승 전망”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제미나이]
미국에서는 이번 가상자산 폭락으로 인해 ‘디지털 금’인 비트코인이 다시금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이유가 시장이 비트코인 신뢰성에 의문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과 30일 블랙록 등 자산운용사에서 빠져나간 비트코인 ETF 자금은 13억2750만 달러에 달한다. 기관에 이어 개인 투자자들도 ETF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관측되자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의 위기’라고 평가했다. 일본 최대 자산운용사 노무라는 가상자산 보유 비중을 축소하고 나섰다.
전문가들과 시장 참여자들은 단기적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에 대한 추가 조정 등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가상자산이 위기를 극복하고 반등해 추세적인 상승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민승 코빗리서치센터장은 “레버리지가 과도하게 유입된 상태에서 작은 변동이 큰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지만 중장기적으로 거시 상황이 개선되면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