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시험은 입학 전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온라인 논술이다. 응시 기간은 최대 72시간, 감독은 없고 제출 역시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이런 구조에서 AI 사용을 윤리 서약 하나로 막겠다는 발상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기술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책임만 학생 개인의 양심에 떠넘기는 방식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서울대가 이 시험을 통해 무엇을 평가하려는지조차 분명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AI가 이미 일상적 도구가 된 시대에 ‘AI를 쓰지 않은 글쓰기’만을 순수한 능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교육적 기준으로 빈약하다. 오늘날의 글쓰기 역량은 단순한 문장력에 그치지 않는다. 정보 탐색, 비판적 판단, 맥락 이해, 논리 구성 능력까지 포괄한다. AI를 배제한 채 과거식 문해력만 측정하겠다는 시도는 교육의 목표를 스스로 협소하게 만드는 일이다.
서울대가 이 시험을 의무화한 배경으로 ‘신입생 문해력 저하’를 들고 있다는 점도 역설적이다. 문해력 위기의 원인을 입시 구조와 교육 과정, 디지털 환경 변화에서 찾기보다 곧바로 ‘도구 사용 금지’라는 처방부터 내리는 것은 책임의 방향이 거꾸로다. 교육의 실패를 학생 개인의 윤리 문제로 환원하는 셈이다.
서울대의 이번 방침은 교육적 상상력의 부족을 드러낸다. AI를 없던 존재처럼 취급한 채 과거의 시험 방식을 유지하려는 선택은 교육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특히 대한민국 최고 국립대학이 보여줘야 할 모습으로는 아쉽다.
AI 시대의 교육은 금지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무엇을 허용하고, 어디까지 공개하게 하며, 어떤 능력을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윤리 서약서 한 장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서울대가 다시 묻고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AI를 막을 것인가, 아니면 AI 시대의 사고력을 가르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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