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반응은 일단 차분했다. 원·달러 환율이 닷새 만에 상승 출발했지만,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관세 인상 발언의 즉각적 집행 여부가 불투명하고, 사안이 다시 협상 국면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이 과도한 불안을 억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의 침착함이 사안의 본질을 가리는 신호로 오인돼서는 안 된다.
이번 논란은 2025년 10월 정상회담 재확인과 11월 공동 팩트시트 및 후속 양해각서(MOU)로 이어진 포괄적 패키지 합의의 연장선에 있다. 한국이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를 15%로 인하한 것도 이 합의를 전제로 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미국이 국회 비준 절차를 문제 삼아 관세 인상 가능성을 다시 거론한 것은, 합의 이행에 대한 해석 차이 위에 정치적 판단이 덧씌워진 결과다.
정부의 대응은 감정적 반박이 아니라 제도적 정합성으로 이뤄져야 한다. 핵심은 합의 문안에 담긴 이행 조건과 절차를 국내 법·제도와 어떻게 연결해 이행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제시하는 일이다. 국회 입법이 필요한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현재 어떤 절차가 진행 중이며 향후 일정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이행 지연’이라는 정치적 언어를 ‘절차 진행 중’이라는 행정적 사실로 전환할 수 있다.
대외 협상 방식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장관을 급파해 사후 협의에 나서는 대응이 반복될수록 한국은 방어적이고 즉흥적인 협상 주체로 비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상시 협의 채널, 합의 문안에 대한 법률·제도 검증 체계, 금융시장 소통을 결합한 제도화된 협상 구조다. 그래야 관세가 반복적으로 협상 카드로 등장하더라도 국가 대응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지킬 수 있다.
미국을 향한 메시지도 차분하되 분명해야 한다. 관세는 상대국 정부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미국 내 수입업체와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 이다. 동맹국을 상대로 관세를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는 방식은 중장기적으로 미국 스스로의 시장 안정성과 신뢰를 훼손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감정이 아닌 사실과 구조적 논리로, 합의 문안에 근거한 조정과 재확인을 요구해야 한다.
관세의 무기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환경이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안을 일회적으로 봉합하는 데 그치지 않는 것이다. 합의 문안을 정밀하게 관리하고, 이를 국내 제도로 명확히 체계화하며,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는 실행 계획을 갖추는 것. 그것이 동맹의 압박 속에서도 국가의 원칙과 신뢰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확실한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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