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명분과 대의에 매달려 국민의 삶에 고통과 혼란만 준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의 원칙을 설명한 데 이어, 개혁 전반에 적용될 기준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것이다. 개혁의 목적은 권력 재편이나 구호의 완결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 보호와 삶의 개선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발언으로 읽힌다.
이 메시지는 최근 정치권과 행정부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속도 경쟁식 개혁’ 논쟁에 제동을 거는 의미를 갖는다. 대통령 스스로도 “시간이 아깝다”며 개혁 추진의 속도를 주문했지만, 동시에 행정은 정치처럼 주장만 앞세워서는 안 되며 실효성과 안전성을 갖춘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빠른 개혁과 신중한 행정이라는 두 요구가 함께 제시된 셈이다.
문제는 이 두 가치가 말처럼 쉽게 양립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실의 행정에서 검증은 시간을 요구하고, 속도는 생략의 유혹을 부른다. 따라서 ‘빠르되 신중하라’는 당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속도와 검증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방식의 선택이다. 전면 시행보다는 단계 시행을, 일괄 개편보다는 시범 적용을 우선하고, 사후 수습보다는 사전 기준을 명확히 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속도는 결단에서 나오지만, 지속 가능성은 설계에서 나온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대통령의 언급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권한을 단순히 줄이거나 옮기는 데 있지 않다. 국민의 권리 구제와 인권 보호라는 최종 목표에 어떤 제도가 가장 안전하고 실효적인지를 따지는 문제다.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논쟁 역시 이념적 선명성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 공백과 남용을 어떻게 동시에 막을 것인가라는 행정적 판단의 영역이다.
AI 기본법 시행과 관련한 발언도 주목할 대목이다. 대통령은 새로운 제도가 현장의 혁신 의지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규제의 목적은 통제가 아니라 신뢰 형성이다. 특히 여력이 부족한 벤처·스타트업이 제도 변화에 적응하도록 돕는 장치가 없다면, 규제는 보호가 아니라 장벽이 된다. 규제가 실패하는 신호는 분명하다. 투자와 실험이 멈추고, 시장 진입이 가로막힐 때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개혁을 둘러싼 기준을 비교적 분명히 제시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기준을 구호가 아니라 제도와 절차로 구현하는 일이다. 개혁은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어떤 순서로, 어떤 범위에서, 어떤 안전장치와 함께 실행할 것인지가 뒤따르지 않으면 좋은 말은 또 하나의 혼란이 된다. 민생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약속이 실제 개혁으로 이어지려면, 이제는 실행의 언어가 필요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