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ES의 핵심은 AI가 도구를 넘어 행동하는 주체로 진입했다는 점이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의 브라이언 코미스키 수석 부사장은 “지능형 변혁의 시대”를 선언하며 AI 에이전트와 버티컬 AI의 확산을 강조했다. 이는 범용 기술 경쟁에서 현장·산업 중심의 성과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출발선은 나쁘지 않다. 한국 근로자의 직장 내 AI 활용률은 48%로 세계 3위다. 주당 약 8시간의 생산성 절감 효과 역시 상위권이다. ‘써본 나라’라는 강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CES는 사용자 랭킹을 묻는 무대가 아니라 설계자 랭킹을 가리는 자리다. 한국은 여전히 질문 앞에 서 있다. 누가 표준을 정하나, 누가 플랫폼을 쥐나라는 질문이다.
이번 CES에서 통합한국관에는 470개사가 참여했고, 전체 한국 참가 기업은 1000여 곳에 이른다. 규모만 놓고 보면 역대 최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를 중심으로 ‘원팀 코리아’의 기치도 분명하다. 그러나 양(量)이 질(質)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전시장의 크기가 곧 산업의 깊이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장수와 헬스테크 역시 마찬가지다. 수명 연장은 의료기기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와 AI, 서비스가 결합된 산업 구조의 문제다. 개인화된 헬스케어가 패션과 뷰티, 식품 산업으로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한국은 제조와 플랫폼, 콘텐츠를 잇는 생태계를 보여줘야 한다. 기술을 파는 나라가 아니라 삶의 구조를 설계하는 나라로 평가받아야 한다.
CES의 성과는 전시장 안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피칭과 상담은 출발선일 뿐이다. 공동개발과 표준 참여, 장기 공급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진짜 성적표다. ‘혁신상’의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계약의 내구성이다.
CES는 늘 “내일을 보는 창”이라 불린다. 그러나 그 창을 통해 본 내일이 오늘의 전략으로 번역되지 않는다면 의미는 반감된다. 한국은 이미 많이 참여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깊이 남기는 일이다. CES 2026에서 한국이 얻어야 할 것은 박수가 아니라 기준이다. 기준을 쥔 나라만이 다음 시장을 연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