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3) 한류의 다음 과제는 '플랫폼 주권'이다…K-콘텐츠를 국가 자산으로 키우자

  • 아주 어젠다 2026 : 국민·기업·세대를 잇는 국가 전략

K-콘텐츠는 2025년 다시 한 번 세계의 중심에 섰다. 이른바 ‘케데헌’ 열풍으로 불린 글로벌 흥행은 한국 문화와 정서가 담긴 콘텐츠의 기획력과 제작 경쟁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2026년에는 한·중 정상회담이라는 외교적 계기, BTS 완전체 활동이라는 상징적 이벤트까지 겹치며 K-콘텐츠가 추가 도약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성과를 일시적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연결할 준비가 돼 있느냐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은 세계가 소비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지만, 그 콘텐츠가 유통되고 수익이 배분되는 구조는 글로벌 OTT 플랫폼이 장악하고 있다. 제작은 한국이 담당하지만, 데이터와 수익, 시장 주도권은 해외 플랫폼이 가져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 산업의 주권, 나아가 국가 경쟁력의 문제다.

글로벌 OTT는 통신·미디어·플랫폼의 경계를 허물며 사실상 초국가적 산업 주체로 기능하고 있다. 반면 우리의 정책과 제도는 여전히 방송·통신·콘텐츠를 쪼개 관리하는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 공정 경쟁 환경 조성, 망 이용 대가, 세제·규제 형평성, 콘텐츠 투자 의무 등 핵심 사안에서 명확한 콘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이 전문가와 산업계에서 끊이지 않는다.

최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출범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IPTV 인허가와 일부 미디어 진흥 정책을 이관받았지만,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콘텐츠 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기술 정책은 과기정통부가, OTT와 플랫폼 영역은 별도로 다루는 칸막이는 여전하다. 이 공백 속에서 국내 기업들은 불리한 조건을 감내한 채 글로벌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제 정부의 역할은 분명하다. 글로벌 OTT를 외교적으로 민감한 대상이거나 규제하기 어려운 존재로 회피할 것이 아니라, 국내 산업과 동일한 시장 규칙 안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폐쇄적 보호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의 문제다. 국내 제작사와 플랫폼, 방송사가 지속 가능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유럽연합(EU)이 OTT에 콘텐츠 투자 의무와 규제 원칙을 적용해온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경쟁 정책은 플랫폼과 네트워크 효과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미 학계에서 제기돼 왔다.

기업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글로벌 OTT의 공세를 비판하면서도, 정작 기술과 플랫폼 경쟁력에 대한 투자에는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콘텐츠 제작 역량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이 되지 않는다. 추천 알고리즘, 데이터 분석, 글로벌 유통 기술, 팬덤 관리 시스템까지 포함한 테크놀로지 역량이 콘텐츠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AI 활용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다. 글로벌 OTT들은 이미 AI를 활용해 기획 단계에서 흥행 가능성을 분석하고, 제작·편집·번역·마케팅 전 과정을 고도화하고 있다. 국내 미디어 기업들도 AI를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한 전략적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콘텐츠 기업이 기술 기업으로 전환하는 흐름을 미룰수록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저작권과 IP 전략은 K-콘텐츠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글로벌 플랫폼에 유리한 계약 구조, 불투명한 수익 배분, 2차·3차 활용 권리의 상실은 창작자와 산업 모두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정부는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며, 기업 역시 단기 수익보다 IP 주권을 지키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K-콘텐츠의 지속적 도약을 위한 기본과 원칙은 분명하다. 정부는 원칙 있는 규칙을 세우고, 기업은 기술과 전략으로 응답해야 한다. 역할과 책임이 분명할 때 K-콘텐츠는 한류를 넘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국가 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올해가 바로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사진Notebook LM 인포그래픽
[사진=Notebook LM 인포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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