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韓·日에 유화·우크라엔 강경...대조적 외교 메시지

  • "한·일 실용 노선 평가" vs "크리스마스 휴전은 불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사진타스통신·연합뉴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사진=타스통신·연합뉴스]


러시아가 한국과 일본을 향해서는 실용적 협력 의지를 강조하며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은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휴전 불가 입장을 재확인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러시아 외무부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북극 지역 협력 관련 러시아 연방 지역 수장 회의에서 “우리는 한국과 일본의 관련 조직과 기업들이 보여준 실용적 행동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이 아시아 동맹국들에 강요하는 깊은 이념적 노선과 달리 한국과 일본은 이에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한국과 일본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러시아가 이처럼 긍정적 평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지난 9월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기간 외무부와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이 공동 주최한 특별 라운드테이블에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대표가 참석했다고 언급하며 "이는 북극에서 러시아와 협력하고자 하는 역외 참여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현재 북극권 국가들의 협의체 북극이사회가 러시아가 서방과 협력을 유지하는 사실상 유일한 기구라며 북극 지역 내 평등한 상호작용에 관심 있는 역외 국가들과 협력을 증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방 차원에서 북극 지역을 종합적으로 개발하고 교통·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주민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크리스마스 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는 휴전 가능성에 선을 긋는 발언이 이어졌다. 타스통신과 리아노보스티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크리스마스 휴전’과 관련해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우크라이나에 숨 쉴 틈을 제공하고 전쟁을 지속하도록 준비하게 하는 휴전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의 휴전 구상을 지지하며 휴전 기간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한 반응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 질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했듯 합의에 이르느냐 마느냐의 문제"라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 전쟁을 멈추고,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고, 유럽의 미래를 위해 평화를 보장하는 것을 원한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지도자들과 미국, 우크라이나 간 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공식 문서를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미국 ABC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이 가까워졌느냐는 질문에 "이 끔찍한 위기를 해결하기 직전에 있다고 매우 많이 자신하고 꽤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분쟁 종식을 원한다며 이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과 미 정부의 노력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랴브코프 차관은 종전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와 루한스크), 크림반도, 러시아가 '노보로시야'라고 부르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흑해 연안 일대 등 러시아가 점령 중인 영토를 양보할 의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영토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병력이 주둔하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하거나 동의하거나 만족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을 마련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번갈아 만나며 협상을 진행 중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를 시사한 가운데 안전 보장 문제에서는 일부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돈바스 철군과 영토 양보를 둘러싼 이견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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