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재난과 SF의 결합…김다미·박해수 '대홍수', 스펙터클 넘어 감정의 여운까지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사진=연합뉴스]

재난 블록버스터의 스펙터클과 SF 장르의 상상력이 만났다. 물에 잠긴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생존과 사랑, 선택의 순간을 밀도 있게 그려낸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가 장르적 재미와 감정의 여운을 동시에 예고했다.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병우 감독과 배우 김다미, 박해수, 권은성이 참석했다.

영화 '대홍수'는 대홍수가 덮친 지구의 마지막 날,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을 건 이들이 물에 잠겨가는 아파트 속에서 벌이는 사투를 그린 SF 재난 블록버스터다. '더 테러 라이브', 'PMC: 더 벙커'를 연출한 김병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 감독은 "SF와 재난이라는 장르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두 개 장르가 가진 재미를 모두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시청자들이 이 작품을 신비롭고 사랑스러운 영화로 기억해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영화 제목이 주는 의미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김 감독은 "제목에 대한 여러 안이 있었는데 가장 영화의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고 생각해 결정하게 됐다. 첫 번째는 장르적 상황을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고, 영화 말미에는 '대홍수'라는 제목이 또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며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사진=연합뉴스]

김 감독은 여러 재난 중에서도 '홍수'를 소재로 택한 이유에 대해 "물이라는 소재는 재난이기도 하지만 생명의 원천이기도 하고, 우리 몸의 많은 부분을 이루고 있다"며 "다양한 형태를 띠는 물의 성질이 영화에 도입됐을 때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고 전했다.

김다미는 극 중 대홍수 속에서 유일한 가족인 아들 자인(권희성 분)과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안나 역을 맡았다.

김다미는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어떻게 이게 만들어질까', '어떻게 구현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며 "평소 김 감독님의 작품을 좋아했기 때문에 감독님이 이 작품을 연출한다면 새롭고 신선한 장르가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안나 캐릭터에 대해 "캐릭터적 특성이 드러나기보다는 상황에 맞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가장 중요한 건 모성애를 실제로 느끼는 것이었고, 현장에서는 본능을 믿으려 했다"고 전했다.

김다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모성애 연기에 도전했다. 그는 "이 작품을 선택할 때도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 지점이었다. 과연 이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며 "그래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같다고 생각해 도전했다. 은성이가 믿고 연기할 수 있도록 도와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김 감독 역시 김다미의 캐스팅에 대해 "처음부터 안나가 엄마처럼 보이지 않는 지점에서 출발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며 "김다미는 '마녀' 이후에도 매 작품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 배우다. 이 작품에서도 또 다른 컬러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다미는 "안나는 처음부터 자인을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본인이 그 감정을 자각하지 못하다가 특수한 상황을 겪으며 점점 깨닫는 인물"이라며 "그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안나는 '대홍수'의 설계도 같은 인물"이라며 "인물이 완전히 드러나는 순간이 영화의 끝과 맞닿아 있다. 배우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완성해 나갔다"고 부연했다.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사진=연합뉴스]

박해수는 인력보안팀 희조 역을 맡았다. 그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일반적으로 잘 읽히는 구조는 아니라고 느꼈다"며 "재난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구현이 가능한지, 무엇을 말하는지 궁금해졌고, 다 보고 나니 이상한 먹먹함이 남아 쉽게 놓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박해수의 양면적인 이미지가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며 "선한 얼굴과 날카로운 얼굴을 동시에 가진 배우다. 성함도 '해수' 아닌가. 바다 해(海), 빼어날 수(秀)라서 물속에서 특히 발군이었다"며 웃음을 보였다.

안나의 아들 자인 역은 아역 배우 권은성이 맡았다. 그는 "물과 수영을 좋아한다. 이번 작품을 위해 잠수 연습을 더 많이 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아이와 함께하는 촬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며 "물속 촬영은 실제 물과 CG를 병행하며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사진=연합뉴스]

김 감독과 배우들은 '대홍수'가 단순한 재난 영화가 아닌, 먹먹한 감정과 신비로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다미는 "스케일과 볼거리가 크지만 음악을 따라가며 보면 더 좋을 작품"이라고 했고, 박해수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SF 재난 블록버스터이면서 감정의 밀도가 크다. 끝까지 보고 나면 여운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내내 '사랑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있었다"며 "그 질문이 영화에 담겨 있다. 이 점을 떠올리며 본다면 의미가 더 깊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병우 감독 연출, 김다미·박해수·권은성 주연의 영화 '대홍수'는 오는 12월 1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